수학은 오랫동안 우리 주변 세상을 이해하는 중요한 도구였다. 수 세기 동안 연구된 평면 채우기 문제는 정사각형, 삼각형, 육각형 등 다양한 다각형이 어떻게 빈틈없이 평면을 덮을 수 있는지를 탐구해왔다. 고대부터 이어진 이 연구에서 이제 새로운 발견이 나왔다. 자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인 ‘소프트 셀(soft cell)’이 그 주인공이다. 이 모양은 단순한 다각형이 아니라, 부드러운 곡선과 뾰족한 끝을 가지면서도 공간을 완벽하게 채우는 독특한 구조를 하고 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공과대학의 가보르 도모코스와 연구진은 기존 기하학적 타일에 변형을 가해 이 새로운 소프트 셀의 가능성을 연구했다. 이들은 다각형의 날카로운 모서리를 둥글게 만들면서도 공간을 빈틈없이 채울 수 있는 방식을 찾아냈다. 2차원에서는 두 개의 모서리만 둥글게 만들 수 있었지만, 3차원에서는 더 놀라운 현상이 발견되었다. 모든 모서리가 둥글어진 3D 소프트 셀은 모서리 없이도 공간을 완벽하게 채우는 구조로 변한 것이다. 이는 기존의 기하학적 상식을 넘어선 새로운 관점이었다.
특히 앵무조개 껍질에 대한 연구가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조개의 단면은 두 개의 둥근 모서리를 가진 2D 소프트 셀처럼 보였지만, 실제 3D 구조를 살펴보니 모서리가 전혀 없는 형태로 드러났다. 자연이 이렇게 모서리를 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진은 모서리가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고 구조적 약점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자연은 에너지를 최소화하고 안정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을 선택한 것이다.

이 새로운 형태는 자연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건축과 디자인에서도 이미 사용되고 있다. 건축가 자하 하디드는 소프트 셀의 개념을 직관적으로 활용해 모서리를 최소화하거나 아예 없앤 건축물을 설계해 왔다. 하디드의 건축물은 단순히 미적 감각만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 안정성까지 고려한 결과물이다. 연구진은 하디드와 같은 건축가들이 이러한 소프트 셀을 사용한 이유가 미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구조적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확인했다.
가보르 도모코스는 이 소프트 셀이 자연뿐만 아니라 인류의 건축,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강이 흐르며 형성된 섬들, 양파의 층, 생물 조직 속 세포들이 모두 이 소프트 셀의 원리를 따른다. 그는 이러한 구조들이 자연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이유를 물리적 과정과 연결해 더 깊이 연구한다면, 그 비밀을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수학은 고정된 이론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소프트 셀의 발견은 그 무한한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단순한 기하학적 연구가 자연의 복잡한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되었고, 앞으로도 더 많은 분야에서 그 응용 가능성을 넓혀갈 것이다. 이 새로운 형태는 단순한 수학적 발견을 넘어, 자연과 인간, 건축과 과학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참고 자료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4-030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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