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4일 생명다양성재단은 ‘2024 야생신탁 사전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2024년 야생신탁 프로젝트는 서울 인근의 토지를 공동으로 매입하여 자연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방치하는 실험적인 시도다. 이 프로젝트는 기존의 개발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탈인간중심주의적 관점을 지향하며 자연에게 그 자리를 되돌려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인간이 인위적으로 관리하지 않고, 자연이 스스로 재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여 새로운 도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프로젝트는 시민들이 힘을 모아 서울 근교의 토지를 매입한 후, 그 땅을 자연이 제 갈 길을 찾을 수 있도록 그대로 두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인간의 개입 없이 자연의 생태적 역량이 발현되도록 하며, 도시 속에서 야생이 어떻게 자리를 잡고 확장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프로젝트의 당위성을 확립하고,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조사한 내용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로, 자연환경 보전을 위한 시민 주도의 토지 공동 매입 운동 사례를 정리했다. 여기에는 영국의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이 대표적이다. 이 운동은 19세기 말부터 시민들의 자발적 기부와 토지 기증을 통해 자연 경관과 역사적 유산을 보존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국내에서도 2000년대 초반부터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표방한 다양한 사례들이 등장했다. 제주 곶자왈 공유화 운동은 제주도의 중요한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하여 토지를 매입하는 활동으로,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실행 사례로 주목할 만하다.

두 번째로, 도시 자연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탐구한 사례들이 보고서에 포함되었다. 베를린의 황무지를 재평가하여 도시의 생태적 가치를 새롭게 정의한 Rethinking Urban Nature 프로젝트와 남부 캘리포니아를 대상으로 한 Wild Ways 프로젝트는 도시 내 야생 자연의 잠재력을 발견하는 데 중요한 연구로 소개되었다. 이 연구들은 도시와 자연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자연이 인간의 개입 없이 어떻게 스스로 회복하는지를 보여준다.
세 번째로는 프로젝트 실행에 필수적인 법적 검토가 포함됐다. 보고서는 대한민국의 현행 부동산 관련 법률, 토지 매매 절차, 그리고 세금 문제를 조사하여 야생신탁 프로젝트가 법적으로 어떠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또한 서울 근교 녹지 이용의 변화를 통해 서울과 그 주변부의 녹지가 어떻게 제도적으로 관리되고 변화해 왔는지 분석했다. 특히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울의 자연과 도시의 관계가 어떻게 변천해왔는지를 다루며, 미래의 생태적 도시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보고서에서는 또한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고려해야 할 생태학적 요소들을 심도 있게 다루었다. 복원생태학은 생태계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종 구성, 구조, 기능 등의 상태를 평가하는 기준을 제공하며, 경관생태학은 자연 생태계가 도시 공간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설명한다. 이를 통해 야생신탁이 도시와 자연 사이의 새로운 연결 고리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구체적인 토지 선정 기준과 복원 목표를 수립하는 데 참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도시의 개발을 억제하고 자연을 보존하는 것을 넘어서, 도시 속에서 새로운 야생적 자연이 창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멸종 위기종 보호나 특정 서식지 보전과 같은 전통적인 보존 활동보다는, 인류세 시대의 불확실성 속에서 자연과 인간이 새로운 방식으로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실험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 프로젝트가 서울에서 인간과 비인간 존재들이 공존하는 새로운 생태적 관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사건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마무리된다.
따라서 2024년 야생신탁 프로젝트는 도시의 생태적 전환을 위한 혁신적인 시도로, 자연의 자율적인 회복을 통해 도시와 자연이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생태계 모델을 제시하려는 실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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