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00,000년 동안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0.03%(300ppm)을 넘지 않았다. 그러나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1750년) 해마다 증가하여 2020년에는 409.8ppm(1,000,000분의 409.8)까지 증가했고, 그에 따라 평균 기온이 과거보다 2-3℃ 상승하면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기상이변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게 되었다. 과거 수십만 년 동안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된 이유는 무엇인가?
하등한 석회화 생명체
자연계에는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2가지 중요 요소가 있다. 첫 번째는 식물의 광합성작용이고, 두 번째는 무생물인 물이다. 수면에 접촉한 이산화탄소는 물에 쉽게 녹아 탄산(HCO3)이 되고, 탄산은 물에 용해되어 있는 칼슘을 만나 탄산칼슘(석회암의 주성분)이 된다. 다행스럽게도 물속에 사는 많은 생명체들은 탄산칼슘으로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외벽을 만든다. 눈에 드러나는 대표적인 보호벽이 소라, 조개, 굴, 전복 등의 단단한 껍데기이다. 세상의 바다에는 이들만 아니라 단세포의 미생물까지 탄산칼슘으로 보호벽을 만들고 있다. 이들 전체를 ‘석회화 생명체’라 한다.
대표적인 석회화 미생물에는 플랑크톤에 속하는 홍조류(紅藻類)와 해면(海綿) 무리가 있다. 지구 역사에서 지금까지 석회석을 가장 많이 만들었던 생명체는 조개류보다 아래에 소개하는 하등 생명체들이다. 오늘날 지표면에서 볼 수 있는 석회암층은 이들이 수억 년 동안 해저에 침전시켜 형성된 것이다.
플랑크톤 중에는 두 종류가 석회암을 퇴적하는데 공헌했다. 하나는 얕은 수심에 살면서 광합성을 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인 ‘코코리토포레’이고, 다른 하나는 태양빛이 비치지 못하는 심해에 사는 원시적 플랑크톤인 ‘포라미니페라’이다. 이들은 오늘날에도 세계의 모든 바다에 살면서 해저에 석회 성분을 침전시키고 있다.
1. 코코리토포레(Coccolithophore)
코코리토포레(석화비늘편모조) 종류는 햇빛이 잘 드는 해면(海面)에서 광합성을 하는 세포 1개로 된 식물성 플랑크톤이다. 모든 바다에서 볼 수 있는 이들의 세포는 잘 가공된 보석처럼 생긴 석회 껍데기로 싸여 있다. 이들이 수명을 다하고 죽으면 그들의 유해(遺骸)는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2Ca + 2HCO3 ⇌ CaCO3 + CO2 + H2O
위의 화학반응식처럼 칼슘과 탄산이 결합하여 탄산칼슘을 형성하는 것을 칼슘화 또는 석회화(calcification)라 한다.
코코리토포레 종류 중에 가장 많이 사는 Emiliania huxleyi는 열대에서부터 북극의 한대(寒帶) 바다까지 어디에나 산다. 헤엄도 치는 이들의 크기는 평균 1,000분의 3mm이고, 세포 둘레에는 30여 개의 딱지가 싸고 있으며, 딱지의 두께는 2-25μm이다. Emiliania huxleyi는 전체 코코리토포레 종류의 82%를 차지할 정도로 생존량이 많다.

코코리토포레 종류의 세포 껍데기 모양은 보석을 조각한 것처럼 교묘하다. 탄산칼슘(CaCO3)의 분자량은 Ca(40) + C(12) + O(16×3) = 100이고, 그 중에 CO2는 12 + 16×2 = 44이다. 그러므로 탄산칼슘 성분의 44%는 CO2가 차지한다.
그들의 세포는 탄산칼슘 껍데기가 갑옷처럼 싸고 있기 때문에 죽어 침전하면 그만큼의 이산화탄소를 해저에 퇴적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러므로 이 플랑크톤은 살아있는 동안에는 광합성으로 산소를 방출하고, 죽어서는 이산화탄소를 해저에 반영구적으로 저장해두는 역할을 한다. 코코리토포레가 1년 동안 해저에 퇴적하는 석회석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이런 미생물에 대한 연구자가 드물어 잘 모르고 있다.

코코리토포레가 대규모로 증식한 바다(Barents Sea)는 색이 다르게 보이기 때문에 인공위성에서도 관측된다. 광합성까지 하는 그들은 생존량(biomass)은 매우 많으며, 먹이사슬에서 1차생산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2. 원생동물 포라미니페라(Foraminifera, 유공충有孔蟲)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구축한 암석을 조사한 과학자들은 그것이 바다에 사는 ‘포라미니페라’라는 하등동물의 유체(遺體)가 침전하여 형성된 석회암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말로 유공충(有孔蟲)이라 부르는 이 생명체는 5억 년 전 캠브리아기에 나타나 해저 바닥을 삶터로 삼아온 저생생물(底生生物)이다. 포라미니페라는 지금도 해저에 대량 살고 있으며 현재까지 275,000종이나 발견되었다. 이 숫자는 현존하는 것과 화석으로 발견된 종(種) 모두를 포함한 것이다.

Baculogysina sphaerulata라는 학명을 가진 유공충 종류이다. 껍데기 크기는 약 2mm이다. 유공충은 원생동물(原生動物)로 분류되는 하등동물에 속하며, 그들의 몸은 예술작품 같은 아름다운 모양의 탄산칼슘 껍데기로 덮여 있다. 해변의 진흙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다양한 유공충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종류에 따라 1mm도 안 되는 것이 있는가 하면 20cm까지 자라는 종류도 있다. 그들은 종류마다 껍데기 형태가 다르다. 어떤 종류는 그들의 몸속에 광합성을 하는 단세포 식물(녹조, 홍조, 규조 등)이 공생하기도 한다. 그들 중에는 허족(虛足)이라 부르는 조직기관이 있어, 이것으로 움직이고 먹이를 잡기도 한다. 지극히 흥미로운 생명체들이지만, 이들에 대해 연구하는 과학자가 드물다.
생물학자들은 유공충들이 1년 동안 퇴적하는 석회석의 양은 약 4,300만 톤일 것이라고 한다. 이는 앞에서 소개한 코코리토포레가 퇴적하는 양의 약 30배에 해당하며, 성분 비율로 계산할 때, 매년 약 1,9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해저에 저장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이들이 증식하기 좋은 바다환경을 유지한다면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자연적으로 감축시킬 것이다.
유공충은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 바닥에서도 4종류가 발견되었다. 원유가 생산되는 지층에서 유공충류의 화석이 많이 발견되는 것을 보면, 이들이 고대에 원유를 만든 중요 생명체의 하나였음을 말해준다.
3. 홍조류에 속하는 산호조(珊瑚藻 coralline algae)
열대에서 한대(寒帶)까지 온 세계의 바다, 특히 바위가 있는 곳에는 산호조(珊瑚藻 산호말)라 불리는 해조류가 붙어사는데, 이들의 표면은 탄산칼슘 성분이다. 해양동물 수족관을 드려다 보면 수중 바위에 온갖 색의 얼룩 반점이 추상화처럼 그려져 있어 내부가 매우 다채(多彩)로워 보인다. 산호가 자라는 열대 바다에서 바위, 해조, 소라 껍데기 등에 이끼가 붙은 듯이 보이는 것이 있다면, 그들 역시 석회조일 것이다.
대부분의 산호조는 홍색이지만 적색, 황색, 청색, 백색, 녹회색인 것도 있다. 이들은 성게, 작은 물고기, 삿갓조개, 따개비(딱지조개), 전복 등의 중요한 먹이가 된다. 그들은 크기가 겨우 몇 mm인 것에서부터 몇 cm 정도로 자라는 것까지 현재 1,600여 종 알려져 있다.
약 1억 5,000만 년 전부터 살기 시작한 산호조는 분류학적으로 홍조식물(Rhodophyta) 무리에 속한다. 이들은 과학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양동물을 키우는 수족관 관계자들에게는 중요하게 취급되는 해조류이다. 수족관 속의 바위에 이들이 다양하게 잘 번성해야 물고기에게도 좋고, 내부가 용궁(龍宮)처럼 화려하면서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이다.

산호조는 해저 200m 정도까지 햇빛이 미치는 수심에 사는데, 많은 종류는 바위에 고착하고, 종류에 따라 부유성(浮遊性)인 것, 다른 해조류나 산호, 소라, 전복 등의 표면에 붙어사는 것들도 있다.
산호조는 전복 새끼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물질을 분비한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산호조의 세포벽이 탄산칼슘으로 가득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산호조는 다른 해조(海藻)처럼 부드러운 것이 아니라 단단한 느낌을 준다. 산호조는 산호섬이 형성될 때 산호(석회암) 덩어리끼리 서로 결합되게 하는 접착제 역할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열대 바다의 산호섬은 산호들이 서로 단단히 결합하여 만들어진 섬이기 때문에 강한 파도에도 견디는 방파제 역할을 한다. ‘산호조 접착제’에 대한 화학적 연구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4. 해면(海綿 sponge) 무리
해면(Porifera)이라 불리는 하등한 다세포 해양동물은 5,000-10,000종이 알려져 있다. 그들의 크기는 1mm도 안 되는 것에서부터 1m 가까운 것까지 다양하며, 종류에 따라 내골격을 가진 것과 외골격을 가진 것이 있다. 사람들이 청소용으로 이용하는 스폰지(해면)는 내골격이며, 골격의 주성분은 탄산칼슘이다.

지구상의 생명체들은 지상이든 해양이든 어디서나 서로 복잡하게 먹이사슬을 이룬다. 그러므로 ‘석회 생명체’들을 잘 보호한다면 해양생태계를 건강하게 보호하는 동시에 이산화탄소 감축에도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이다.

해면은 종류에 따라 내부 구조가 다르다. 바닷물이 드나들 때 그 속의 플랑크톤을 포식하여 생존한다.

캘리포니아 앞바다 수심 2,752m 심해에서 발견된 유리해면(Euplectella apergillum)이다.
해면 종류 중에는 내부에 광합성을 하는 단세포 미생물이 공생하는 것도 있다. 이런 해면은 이산화탄소를 감소시켜주는 동시에 산소까지 생산해준다.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바다의 하등생물이기 때문에 연구자가 부족한 것이 유감이지만, 그들은 누명을 쓰고 있는 이산화탄소를 감소시켜주는 귀중한 생명체들이다. <이산화탄소의 누명–3>에서는 중요한 석회화 생명체들에 대한 추가 내용을 소개할 것이다. – 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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