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팽창의 비밀, 유클리드가 밝히는 ‘어두운 우주’의 실체

유럽우주국(ESA)이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유클리드(Euclid, ESA 유럽우주국이 주도하고, NASA가 협력한 우주망원경 임무) 우주망원경의 첫 관측 데이터를 공개했다. NASA도 함께 참여한 이번 미션은, 우주가 왜 점점 더 빠르게 팽창하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공개된 이번 데이터는 유클리드가 본격 임무에 앞서 관측한 일부 하늘 구역을 담고 있다. 아직은 ‘예고편’ 격이지만, 벌써 2,600만 개의 은하를 포착했다. 가장 먼 은하는 무려 105억 광년 떨어져 있다.

유클리드, 우주 팽창 구조 해독

유클리드는 2023년 7월 발사됐다. 앞으로 6년간 약 15억 개의 은하를 관측하며 우주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넓은 하늘을 살펴볼 예정이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과학자들은 우주가 시간에 따라 얼마나 빠르게 팽창했는지, 그리고 암흑에너지가 어떻게 작용해 왔는지를 연구하게 된다.

우주 관측이 과거를 보는 일이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예를 들어, 100광년 떨어진 별을 본다는 건 그 별의 100년 전 모습을 보는 것이다. 유클리드는 거리별로 수많은 천체를 관측해, 암흑에너지의 힘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 알아내려 한다.

관측 대상은 단순히 별이나 은하만이 아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물질은 우주 전체의 20%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80%는 ‘암흑물질’이라는 정체불명의 물질인데, 빛을 내지도 반사하지도 않아 직접 볼 수 없다.

유클리드는 ‘중력렌즈’라는 효과를 이용해 암흑물질을 추적한다. 무거운 물질이 주변 공간을 휘게 만들고, 그 틀어진 공간을 통과하는 빛도 함께 휘어진다. 이로 인해 은하의 모습이 늘어나거나, 여러 개로 나뉘어 보이기도 한다. 유클리드는 이런 미세한 변화를 분석해 암흑물질의 분포와 암흑에너지의 영향력을 알아낸다.

우주 팽창 흔적을 좇는 유클리드의 광대한 지도

이번에 공개된 데이터는 하늘의 약 63 제곱도를 담고 있다. 이는 달 300개가 나란히 떠 있는 정도의 면적이다. 현재까지 유클리드는 2,000 제곱도를 관측했으며, 최종적으로는 14,000 제곱도 즉 전체 하늘의 3분의 1을 살펴보게 된다.

이번 데이터는 과학자들이 본격 분석에 들어가기 전, 분석 도구를 시험하고 향후 연구 방향을 잡기 위한 준비 단계다. 유클리드의 본격적인 과학 데이터는 2026년 10월 공개될 예정이다.

유클리드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유클리드 망원경은 유럽우주국 ESA가 주도하고 NASA와 여러 유럽 과학기관이 협력한 국제 공동 프로젝트로, 2011년 승인 이후 약 12년간의 연구와 개발을 거쳐 탄생했다. 총 2억 유로 이상의 예산이 투입된 이 망원경은, 우주의 대규모 구조와 암흑 에너지의 특성을 규명하기 위해 특별히 설계된 첫 번째 임무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제작에는 고정밀 광학공학, 냉각 시스템, 우주 항법 기술 등 유럽 항공우주 산업의 최첨단 기술이 집약되었다.

유클리드에는 두 가지 주요 관측 장비가 탑재되어 있다. 첫째는 VIS(Visible Imager)로, 6억 화소 이상의 해상도를 갖춘 가시광선 카메라다. 둘째는 NISP(Near-Infrared Spectrometer and Photometer)로, 근적외선 영역에서 은하의 적색편이와 거리, 형태를 분석한다. 이 두 장비는 서로 다른 파장에서 동시에 데이터를 수집해, 우주 팽창의 역사와 암흑 물질 분포를 입체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게 한다.

2023년 7월, 유클리드는 스페이스X의 팰컨 9 로켓에 실려 발사되어 현재 태양-지구 라그랑주 점 L2에서 임무를 수행 중이다. L2는 지구에서 약 150만 km 떨어진 지점으로,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곳이다. 이곳에서 유클리드는 2024년 11월부터 본격적인 과학 관측을 시작했으며, 2025년 3월 현재 첫 번째 주요 관측 데이터를 공개하며 국제 과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초기 이미지에서는 수천 개의 은하가 정밀하게 포착되었고, 중력렌즈 현상과 고적색편이 은하의 선명한 신호가 포함되어 있어 향후 분석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현재 유클리드는 6년에 걸친 관측 기간 중 초기 단계에 있으며, 향후 약 20억 개의 은하를 분석해 인류 역사상 가장 정밀한 3차원 우주 지도와 함께, 암흑 에너지의 정체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과학적 단서를 제공할 전망이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유클리드 미션 관련 정보- science.nasa.gov/mission/eucl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