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알아? 달 착륙이 조작이래. 세트장에서 찍고 전세계에 거짓말한거래”
어느 날 갑자기 친구가 이런 말을 한다면? 처음엔 말도 안되는 소리라 웃어 넘기지만, SNS를 뒤적이다 보니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든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자기 전 다시 한 번 유튜브와 구글을 뒤져보니 이젠 진실에 가깝게 느껴진다. 댓글에는 몰랐던 이야기와 정보도 쏟아진다. 음모론에 빠져드는 서사다.
내가 알고 있던 상식과 신념을 뒤흔드는 음모론. 사회 윤리, 정치 이슈, 전통적 가치관 조차도 음모론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각의 문제라고 여기기엔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골치 아픈 사회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음모론에 빠져들까? 이는 단순히 무지해서라고 하기엔 복잡한 이유가 있다. 뇌 구조, 불안 본능, 그리고 사회적 역학이 모두 얽혀 있다. 역사를 통틀어 음모론은 전쟁을 촉진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며, 대중을 분열시켜온 강력한 도구였다. 음모론에 빠지는 심리가 무엇인지 알아봤다.

음모론의 덫, 인간의 뇌는 허구적 패턴을 사랑한다
우리의 뇌는 혼돈 속에서도 질서를 찾으려는 본능을 갖고 있다. 진화적으로 이는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이 본능이 과잉 발현되며, 존재하지 않는 연관성을 믿는 오류를 낳는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연구(2021)에 따르면, 도파민(Dopamine) 수치가 높은 사람일수록 무작위한 사건 속에서 인과관계를 찾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도파민은 뇌의 보상 시스템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창의적 사고를 촉진하지만, 동시에 환각이나 망상과 같은 비합리적 사고를 부추길 수도 있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음모론적 사고에서 두드러진다. ‘기후변화는 정부의 날씨 조작 실험의 결과’라는 주장에 빠지는 사람들은 특정한 기후 패턴만을 강조하며, 과학적 근거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단순한 편견이 아니라, 뇌가 의미 없는 정보들 속에서도 의미를 찾으려는 인지적 강박의 결과다.
불확실성의 혼돈에서 의지하고 싶은 단순한 서사
인간은 불확실한 세상을 견디기 어려워하며, 명확한 해석을 찾고자 한다. 사회가 혼란스러울수록, 음모론은 더욱 강력한 흡인력을 갖는다.
심리학자 카렌 더글러스(Karen Douglas)의 연구(2017)는 사회적 불안과 음모론 신념 사이의 높은 상관관계를 확인했다. 예를 들어, 팬데믹(코로나19)과 같은 전 세계적 위기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복잡한 과학적 설명을 이해하기보다, ‘백신은 글로벌 엘리트가 설계한 인구 조절 수단’이라는 단순한 내러티브를 더 쉽게 받아들인다. 음모론은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다. 따라서 과학적 합리성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매력적인 내러티브인가가 신념 형성의 핵심이 된다.
잠 못 자는 사람, 음모론에 빠진다
수면 부족이 논리적 사고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저하시킨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수면 부족이 음모론 신념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영국 노팅엄 대학 연구(2024)에 따르면, 만성적인 수면 부족을 겪는 사람들은 음모론적 콘텐츠에 노출될 때 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기보다 직관적으로 믿는 경향이 강했다.
스탠퍼드 대학(2022)에서도 하루 4시간 이하의 수면을 취한 사람들은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를 진실로 믿을 확률이 27% 더 높았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수면 부족은 전두엽(Prefrontal Cortex)의 기능을 저하시켜 합리적 사고를 방해하고, 감정적 반응을 극대화한다. 즉, 피곤할수록 우리는 음모론에 더 쉽게 빠진다.

집단 정체성을 만드는 음모론
음모론은 단순한 개인적 믿음이 아니라, 집단 정체성을 강화하고 정치적, 사회적 결속을 조장하는 강력한 도구로 작용한다. 특히, 사회적으로 소외된 집단은 음모론을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며, 반대 세력에 대한 적대감을 극대화한다.
암스테르담 대학의 연구(2019)는 사회적 고립감이 강한 사람일수록 음모론적 사고를 더 쉽게 수용하며, 이러한 신념을 공유하는 집단과 강하게 결속하는 경향이 있음을 밝혔다. 이는 음모론이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우리 vs. 그들’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딥 스테이트(Deep State)’ 음모론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정부와 엘리트 계층이 자신들을 조작하고 있다고 믿으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같은 신념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강하게 결속한다. 이들은 공식적인 정보 출처나 과학적 증거를 검열이나 조작된 정보로 간주하며, 반박될수록 기존 신념을 더욱 강하게 확신하는 반증 편향(Backfire Effect)을 보인다. 이처럼 음모론적 사고는 단순한 믿음을 넘어, 집단적 신념 체계를 형성하고, 반대 세력을 체계적으로 배척하는 데 활용된다.

이 그래프는 각국 성인들이 “미국 정부가 9·11 테러에 개입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뢰하는 비율을 나타낸다.
음모론 신뢰도가 높은 국가는 터키(55%), 멕시코(49%), 이집트(42%) 등으로, 반미 정서와 정부 불신이 강한 국가들에서 높은 신뢰도를 보였다. 음모론 신뢰도가 낮은 국가는 덴마크(9%), 스웨덴(11%), 영국(12%) 등으로, 언론 신뢰도가 높은 국가들에서 낮은 신뢰도를 기록했다. 음모론 신뢰도는 국가별 정치·사회적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반미 정서와 정부 불신이 강한 국가일수록 음모론을 더 신뢰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대중문화 속 음모론, 허구 혹은 경고
음모론은 영화와 대중문화에서 자주 활용되는 소재다. 어떤 작품들은 음모론적 사고를 조롱하고 풍자하지만, 어떤 작품들은 이를 경고하며 인간 심리를 탐구한다.
음모론을 풍자하는 영화: 일부 영화들은 음모론을 과장되거나 허구적인 이야기로 묘사하며, 사람들이 어떻게 허상을 믿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The Truman Show(1998)는 주인공이 ‘모두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강박에 빠지는 과정을 통해, 맹목적 의심이 어떻게 현실을 왜곡하는지를 보여준다. Under the Silver Lake(2018)는 비밀 메시지와 거대한 음모를 쫓는 주인공을 통해, 음모론적 사고가 결국 허무한 집착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음모론이 초래하는 위험을 경고하는 영화: 다른 작품들은 음모론이 단순한 믿음을 넘어 사회적 해악을 초래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Capricorn One(1977)은 정부가 화성 착륙을 조작하는 설정이지만, 정작 영화는 이런 음모론적 의심이 어떻게 대중을 선동하는지를 보여준다. The Parallax View(1974)는 정치적 암살과 조작된 진실을 다루지만, 결국 음모론이 어떻게 권력을 유지하는 데 이용될 수 있는지 경고한다.
음모론에 빠지는 개인의 심리를 탐구하는 영화: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의 심리적 변화를 세밀하게 그려낸 작품들도 있다. Bug(2006)는 PTSD를 겪는 남성이 정부의 감시 음모론에 집착하는 모습을 통해, 트라우마와 망상이 음모론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Take Shelter(2011)는 세상의 종말을 예언하는 주인공의 강박이 단순한 망상인지, 현실적 경고인지 모호하게 묘사하며, 불안과 음모론의 관계를 탐구한다.
소셜 미디어와 일부 언론에서 쏟아지는 음모론의 먹잇감이 되지 않으려면, 주체적인 생각과 논리를 기르는 수밖에 없다. 정보 분석 능력을 키우되, 고립되지 않도록 공동체 결속에도 참여하는 편이 좋다. 꿀잠은 기본이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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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음모론에 빠지는가? 불확실성에서 찾는 뇌의 본능”에 대한 1개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