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율표에 등장하는 우라늄과 플루토늄 같은 무거운 원소들은 어디서 왔을까? 이 물음은 현대 물리학에서 여전히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최근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 주도의 연구팀이 이 질문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제시했다. 이들은 붕괴하는 별에서 분출되는 감마선 폭발 제트(gamma-ray burst jet)와 이를 둘러싼 고온 물질층(cocoon)을 무대로, 무거운 원소들이 생성될 수 있는 경로를 이론적으로 제안했다. 연구 결과는 《Astrophysical Journal》에 발표됐다.
‘광자가 별을 녹인다’ — 제트와 코쿤의 상호작용
기존에는 중성자별 충돌이나 중성자별-블랙홀 병합처럼 극단적인 사건만이 대량의 중성자 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별 붕괴 과정 자체가 충분한 중성자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별 중심이 중력에 의해 붕괴해 블랙홀이 생성되고, 빠르게 회전하는 블랙홀은 강력한 자기장을 감아 초고속 제트를 발사한다. 제트는 별의 외곽을 뚫고 고에너지 광자를 방출하는데, 이 광자들은 별의 물질과 충돌해 양성자를 중성자로 전환하거나, 기존 원자핵을 분해해 자유로운 중성자와 양성자를 만들어낸다.
연구를 이끈 매슈 멈파워는 “초무거운 원소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중성자가 별 내부에서 직접 생성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라고 밝혔다.

생성된 중성자는 전하가 없어 자기장에 얽매이지 않고 빠르게 제트 외부로 확산된다. 이들은 별 주변에 형성된 고온 물질층, 즉 코쿤(cocoon) 영역을 채우며, 높은 밀도로 응집해 급속 중성자 포획 과정(r-process)을 위한 조건을 갖춘다. 연구팀의 계산에 따르면, 광자-물질 상호작용을 통한 중성자 생성은 나노초 단위로 이뤄질 수 있을 만큼 빠르다.
이 과정은 원자물리학, 핵물리학, 유체역학, 일반상대성이론을 아우르며, 중력, 전자기력, 강한 상호작용, 약한 상호작용 등 우주의 네 가지 기본 힘이 모두 작용하는 복합 다물리학 문제로 제시된다.
그러나 연구팀은, r-과정으로 생성되는 초무거운 동위원소들은 아직 지구에서는 직접 합성된 적이 없으며, 이들의 정확한 원자량이나 반감기 등 물리적 특성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가 적다는 점을 지적했다.
킬로노바 시나리오와 외계 물질 기원
r-과정은 극히 짧은 시간 동안 원자핵이 다수의 중성자를 흡수해 초무거운 원소를 형성하는 핵합성 반응이다. 이번 모델은, 붕괴하는 별의 제트가 킬로노바(kilonova)라 불리는 광학 및 적외선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시한다. 지금까지 킬로노바는 주로 중성자별 간 충돌로 설명돼 왔지만, 별 붕괴 제트 역시 유사한 밝기와 스펙트럼 특성을 가진 폭발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연구팀은 별 붕괴 제트가 지구 심해 퇴적층에서 발견된 외계 기원 플루토늄과 철 성분의 근원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들 물질은 외계 천체 기원으로 확인되었지만, 정확한 발생원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무거운 원소의 기원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성자 수송, 다물리학 시뮬레이션, 희귀 사건 관측 등 국가 안보와 관련된 연구 영역에도 중요한 통찰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연구팀은 고성능 시뮬레이션을 통해 복잡한 미시 물리 과정을 정밀하게 검증하고, 별 붕괴가 우주 화학 진화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더 많은 정보: Paolo Padoan et al, The formation of protoplanetary disks through pre-main-sequence Bondi–Hoyle accretion, Nature Astronomy (2025). DOI: 10.1038/s41550-025-02529-3
자료: Nature Astronomy / Provided by University of Barcel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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