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시보 전파망원경 절망적인 파손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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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푸에르토리코 섬의 ‘아레시보 천문대’(Arecibo Observatory)에는 직경이 307m나 되는 전파망원경이 설치되어 있다. 2020년 11월 19일, 이 천문대의 전파망원경을 지탱하고 있던 12개의 주 케이블 중에 2개가 끊어지면서 전파망원경의 상당 부분이 파손되어 재건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2017년에 불어온 허리케인(Maria)과 2019년, 2020년에 연달아 발생한 지진의 영향으로 주 케이블 2개가 절단된 것이다. 첫 번째 절단은 2020년 8월에, 두 번째는 3개월 뒤인 11월에 발생했다. 이 천문대를 관리해온 미국 국립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 NSF)은 파손된 상태가 심각하여 전파망원경의 가동을 중단시키면서, 시설을 해체(解體)해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천문대의 부속 관측시설들은 계속 운용(運用)될 것이라고 한다.

푸에르토리코는 플로리다 반도 마이아미로부터 약 1,600km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면적 443.5km2) 섬이다. 현재 인구 약 10,000명인 이 섬은 1879년에 미국령이 되고, 1952년에 미국 자치령(自治領)으로 되었다. 아레시보 천문대는 이 섬의 북쪽 해안에 있다.

허리케인과 지진의 영향으로 전파망원경을 지탱하던 주 케이블 2가닥이 절단되면서, 아레시보 천문대가 위기를 맞았다. 끊어진 케이블은 거대한 접시 위 135m 높이에 설치된 무게 900톤의 플랫폼을 지지하고 있었다. 전파천문대를 외딴 섬에 건설한 것은 문명세계에서 발생되는 온갖 전자기파의 방해를 적게 받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일반 천문대 역시 도시의 빛과 먼지 등을 피해 고산이나 사막에 설치한다.

아레시보 천문대의 탄생

우주공간에서 전파가 오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 벨연구소의 연구원 잰스키(Karl Jansky 1905-1950)가 1933년에 처음 발견했다. 그로부터 4년 후인 1937년, 미국의 전자기술자 그로트 레버(Grote Reber 1911-2002)는 자기 집 마당에 거대한 접시 모양의 전자기파수신기(전파망원경)를 처음으로 설치하여 우주에서 오는 전자기파를 조사했다.

이때부터 천문학자들은 우주에서 오는 전자기파를 수신하여 천체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속속 찾아냈다. 전파망원경으로 천체를 연구하는 분야를 전파천문학(radio astronomy)이라고 한다. 전파망원경의 특징은 거대한 접시 모양의 수신장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접시는 반사망원경의 오목거울처럼 전파를 한 곳(초점)으로 모으는 역할을 한다.

2016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전파망원경은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이었다. 이 천문대의 접시는 오목하게 패인 자연의 지형을 이용하여 건설했다. 거대한 이 전파망원경은 별(천체)을 향해 조준하도록 움직일 수 없으므로, 조사 대상이 망원경 위에 왔을 때 관측한다.

전파망원경의 직경을 크게 만드는 이유는 광학망원경의 렌즈(또는 반사경)를 대형으로 만들어 어두운 천체의 미약한 빛을 더 많이 집광(集光)하여 잘 보도록 하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즉 미약한 전자기파를 민감하게 수신하는 방법이다. 아레시보 천문대는 NSF와 NASA의 지원으로 1963년에 완성되었으며, 지금까지 코넬대학의 천문학자들이 관리해왔다. 그 동안 이 천문대에서 이루어진 중요한 천문학적 연구는 매우 많다.

외계의 지능생명체를 찾는 계획

외계의 지능생명체를 찾으려는 직접적인 시도는 1960년 4월, 미국 코널대학의 천문학자 드레이크(Frank Drake 1930-)가 ‘오즈마 계획’(Project Ozma)을 발표하면서 시작되었다. 드레이크는 1960년대에 웨스트버지니아 주의 그린뱅크 국립전파천문관측소에서 몇 개월을 보냈다. 그때 그는 황소자리의 별 근처에서 오는 전자기파를 관측하던 중에 외계생명체를 찾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는 미국국립전파천문대의 전파망원경(직경 26m)을 사용하여 여러 별로부터 오는 전파를 주파수별로 수신하여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외계 지능생명체에 대한 아무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 시기에 러시아의 천문학자들도 ET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 1934-1996)이 1968년에 쓴 <우주의 지능생명>(Intelligent life in the Universe)은 당시의 베스트셀러였다.​

드레이크의 노력으로 ‘세티(SETI,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계획’이라 부르는 외계인 조사 프로그램이 1960년에 시작되었다. 세티계획은 우주에서 오는 전자기파 신호를 조사하여, 그 속에 지능생명체가 발신(發信)한 전자기파가 있는지 조사하는 것이었다. 어딘가에 외계인이 있다면, 그들은 지구상의 방송국에서 보내는 전자기파 또는 지상과 인공위성 사이에 오가는 통신파를 수신하게 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드레이크가 세티계획에 사용한 전파망원경은 한 대로 수만 채널의 전자기파를 동시에 수신할 수 있는 것이었다. 1985년에는 세티계획을 확대시켜 840만 채널의 전자기파를 동시에 수신할 수 있는 ‘METI’(Messaging to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계획으로 업그레이드시켰다.

아레시보 천문대의 유감

세티계획 때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이 천문대는 007 시리즈 영화 <골든아이>의 무대가 되기도 했다. 과학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천문대는 귀한 존재이다. 57년 동안 수많은 천문학자들이 활용해온 이 천문대를 잃는다는 것은 큰 손실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부서진 천문대를 복원하는 일은 너무 위험한 공사라고 말하고 있다.

중국이 2016년에 직경 500m 전파망원경을 건설하기 이전까지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은 지상 최대였으며, 푸에르토리코인의 자랑이기도 했다. 이 섬에 사는 다수의 청소년들은 천문학을 전공하여 세계적인 이 천문대에서 연구할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복구가 절망적이라니 그들의 큰 실망 또한 염려된다. – 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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