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에 냉수를 부어두면 몇 시간이 지나도 불기만 할 뿐, 찰기가 있는 밥이 되지 않고 그대로 있다. 그러나 끓는 물에 들어간 쌀은 차츰 물렁하고 찰진 밥 또는 죽이 된다. 쌀가루나 밀가루를 뜨거운 물에서 끓이면 풀어져 끈끈한 풀로 변한다. 쌀의 주성분은 전분(澱粉 starch)이다. 전분이 죽 또는 밥이 되는 현상을 ‘전분의 젤라틴화’라 한다.

쌀(벼 Oryza sativa)은 세계 인구의 절반이 주식하는 곡물(穀物 cereal grain)이다. 곡물(곡식 穀食)이란 식용하는 초본식물의 씨앗, 즉 쌀, 콩, 옥수수, 밀, 수수 등을 말한다. 벼에는 많은 종류가 있으며, 세계적으로 매년 약 7억5천만 톤이 생산되고 있다.
최고의 영양물질 전분(澱粉)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밥(쌀), 빵(밀), 감자, 옥수수, 콩, 카사바 등을 주식(主食)으로 먹지만, 그 속의 영양물질인 전분에 대해 별달리 생각하지 않고 대부분 살아간다. 澱粉의 澱은 ‘앙금’을 뜻하고 粉은 ‘가루’이다. 전분을 녹말(綠末)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 한자어이다. 綠末은 녹두의 가루를 물에 가라앉힌 것을 건조시켜 가루로 만든 것을 말한다.
쌀가루, 밀가루, 감자가루 등을 유심히 보면, 모두 흰색이고 특별한 맛이나 냄새가 없으며, 물에 녹지 않는 가루이다. 교과서에서 여러 종류의 전분 입자 사진을 보았을 것이다. 또 실험시간에는 전분에 요드를 처리하여 보라색으로 변한 입자들을 현미경으로 관찰했을 것이다.

감자는 줄기에 매달리는 저장기관이기 때문에 덩이뿌리(괴근塊根 tuber)라 부른다. 사진은 괴근 세포 속에 가득 저장되어 있는 전분 입자가 요드에 착색된 모습이다. 모든 식물에 저장된 전분 입자는 결정체가 아니면서 형태가 일정하기 때문에 ‘반결정질’(半結晶質), 줄여서 ‘반정질’(semicrystal)이라 부른다.

옥수수 열매 속의 전분 입자들이다. 전분 입자는 키틴, 섬유소 등과 함께 결합해 있다. 옥수수 열매(씨)를 땅에 심으면 내부로 수분이 침투하여 휴면을 깨우게 된다. 이때 아밀라제(애밀레이즈 amylose)와 몇 가지 효소가 생성되어 전분을 포도당으로 변화시킨다. 새싹은 포도당을 영양분으로 삼아 자라기 시작한다.

콩의 전분은 4개 입자가 붙어서 하나의 큰 입자 모양이 된다.

쌀의 전분 입자는 다소 각(角)이 있으며, 단독 또는 몇 개가 서로 붙은 상태로 있다.

요드에 의해 보라색으로 착색된 밀의 전분 입자들이다.
전분을 분리하는 방법
광합성 작용으로 생성된 포도당(glucose C6H12O6)은 물에 녹은 상태이므로 양이 많다. 식물은 이를 효과적으로 대량 저장하기 위해 효소를 이용하여 물에 녹지 않는 고체상태로 만든다. 그것이 곡류나 저장근(貯藏根)에 쌓여있는 고체 상태의 전분이다. 전분을 분리하려면 곡식(또는 감자, 고구마)을 분쇄하여 물에 가라앉혀야 한다. 사람들은 전분립(전분가루)으로 온갖 음식을 만든다.

옛 사람들이 쌀, 밀, 콩, 감자, 고구마에서 전분만 추출할 때는 맷돌과 같은 도구로 분쇄하여 가루로 만든 다음, 이를 물에 가라앉혀 입자들을 침전시켰다. 이것을 말린 것이 하얀 전분이다. 가루 형태의 전분을 가공하면 부침개, 빵, 풀 등을 만들 수 있고, 발효시켜 술을 제조하기에도 편리하다.
식물에 저장된 전분들은 분자구조에 따라 애밀로스(amylose)와 애밀로펙틴(amylopectin) 2가지로 나눈다. 각 식물에 저장된 전분은 어느 한 가지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20-25%는 애밀로스이고 75-80%는 아밀로펙틴이다. 아래의 분자구조를 비교해보자. amylo의 어원은 고대 라틴어 amylum(전분)이다.

아밀로스 분자구조. 이런 분자가 수없이 연결되어 있다.

아밀로펙틴의 분자구조

동물의 몸에 탄수화물이 저장될 때는 글라이코젠(glycogen)이라 부르는 다른 분자구조 형태로 변한다. 글라이코젠은 위에 나타낸 분자가 무수히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전분은 수만 가지 음식의 원료
전분은 물에 녹지 않는 고체이다. 그러나 전분을 물속에서 끓이면 애밀로스이든 애밀로펙틴이든 그들의 분자 사이에 물 분자가 끼어들어 가므로, 전분 입자는 부풀어 올라 파괴되면서 형태가 없어지고, 물에 녹아 죽(젤) 상태로 변한다. 이런 변화를 호질화(糊質化 plasticizer)라 한다. 糊는 풀을 뜻하는 한자이다.
전분 입자가 파괴되는 온도는 전분 종류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55-85℃에서 호질화가 일어난다. 호질화된 것을 냉각시키면 접착성이 점점 강해지는데, 완전히 건조하면 매우 단단해진다. 그러나 전분풀은 물에 약한 것이 단점이다.

뜨거운 물속에 들어간 전분 입자는 부풀어 오르게 되고, 그들의 분자 사이에 물 분자가 침투하면서 깨뜨려지는 젤라틴화가 일어난다.
인간을 비롯한 가축의 주식인 전분을 이용하는 방법은 고래(古來)로부터 가장 중요한 식품산업으로 발전해왔다. 각종 과자, 빵, 떡, 술, 맥주, 전분풀 등이 모두 전분산업의 생산품이다. 전분으로 만든 풀은 창호지나 벽지를 바를 때만 아니라, 제지회사에서는 종이의 원료인 펄프 섬유를 전분풀로 접착시켜 단단하고 평평하게 만든다. 또 가정에서는 셔츠나 옷에 전분 풀을 먹인 후 다림질하여 반듯한 모습이 되도록 한다.
곡물 중에 생산량이 가장 많은 것은 인구의 절반이 먹는 쌀(7억5천만 톤)일 것이라 생각되지만 최대 생산 곡물은 옥수수(10억 톤)이며,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전분의 70%는 옥수수 가루이다. – 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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