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손과 동일한 힘을 지니고 있다. 세상을 움켜쥘 뿐만 아니라, 세상을 아예 바꾸기도 하기 때문이다. – 콜린 윌슨
손은 27개의 뼈, 24개의 근육, 32개의 관절로 구성됐다. 인체 기관 중 가장 많은 뼈로 이뤄진 기관이다. 그만큼 복잡하고 움직임이 다채롭다. 회사에 출근해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도 손이고, 점심 약속을 잡기 위해 스마트폰의 연락처를 뒤적이는 것도 손이다.
E. F. 쇼 윌기스의 책 <손의 비밀>에 따르면, 인간의 손은 태아가 모체의 자궁 속에서 발육하는 시기, 대략 수정 후 5~8주 사이에 형성된다고 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 기간에 손의 형태나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기형 증상이 나타나는 예도 있다. 책에서는 손의 기형이 직업에 불리한 몇몇 사례를 나열하는데, 1993년 9월 4일 뉴욕 양키스와의 대결을 노히트 노런으로 마무리한 캘리포니아 에인절스의 투수 짐 애보트가 대표적이다.
선천적으로 오른손이 없는 애보트는 공을 던지자마자 오른팔 끝에 있던 글러브를 즉시 왼손으로 바꿔 끼우는 식으로 경기에 임했다. 그는 자신 쪽으로 날아온 공을 잡으면, 공이 담긴 글러브를 오른쪽 팔뚝과 몸통 사이에 단단히 고정하고, 왼손을 글러브에서 빼내어 1루로 송구했다. 상대 팀은 이런 애보트의 불리한 점을 이용해 번트를 시도했지만, 애보트의 전광석화와 같은 글러브 교체 속도에 1루 진출은 번번이 좌절되고 말았다.
누구나 짐 애보트가 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선천적으로 손의 기형을 갖고 태어난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손의 비밀>은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시한다.
아이가 태어난 그 날에 앞으로 이 아이는 무엇을 하게 될까, 무엇이 될까 단정 지어 말할 수 없습니다.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고 문제를 제거하며, 아이에게 최고의 기능을 마련해 주는 데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처럼 책에서는 당사자인 아이와 부모 혹은 가족이 느낄 심리적인 고통에 대한 해법과, 외과 전문의의 관점에서 가장 효과적인 수술 목표도 함께 보여준다.

선천적인 기형이 아닌 후천적인 질환의 경우는 어떨까. 인상파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는 그의 인생 말년에 류머티스성 관절염으로 인해 손이 심하게 뒤틀려 있었다. 그는 늘 그의 조수가 화필을 쥐여줘야만 그림을 그릴 수 있었는데, 그러한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목욕하는 여인들> 같은 명작을 남겼다.

르누아르 외에도 로널드 레이건, 마거릿 대처 등이 뒤퓌트랑이라는 손 질환을 앓았다. <손의 비밀>은 이처럼 유명 인사들의 사례를 들어 후천적인 질환에 대한 약물 치료법, 수술 치료법도 상세하게 소개한다. (‘몸에서 가장 놀라운 도구를 돌보고 수리하는 방법’이라는 부제가 잘 어울리는 대목이다.)
저자 서문 중 흥미로운 대목은 ‘손과 뇌의 관계는 왓슨과 셜록 홈즈와의 관계와 같다’라는 말이다. ‘손’을 가장 정확히 표현하는 말이면서, <손의 비밀>을 잘 설명하는 한마디다.
실제로 이 책에는 인간의 삶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손의 문제들이 거의 모두 담겨 있다. 관절염, 일상생활에서 입은 손 부상들, 일하면서 입는 손 부상들, 당뇨병을 앓는 사람의 손 질환 등에 관한 의학적 지식 및 대응법을 소개하고 있다. 심지어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은 이 책을 미리 읽었더라면 손가락 부상을 쉽게 포기하지 않았을 거라며 극찬했다.
정부와 의사 단체가 대립하면서 국민은 응급실 뺑뺑이를 돌고 있는데, 국무총리는 그 사실을 가짜뉴스 취급한다. 의료 공백은 메워질지 모르고, 언제 손을 다칠지 모르니 <손의 비밀>이라도 ‘가정상비약’처럼 집에 갖춰야 하는 걸까. 이왕 이렇게 된 거, 윤석열 대통령은 25만 원 지원법을 재가했으면 좋겠다. 이 책이라도 사서 보게 말이다.
저는 손만큼 인간 행동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인체 기관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손을 통해 일하고, 기도하고, 사랑하며, 치유하고, 배우고, 의사소통하며, 감정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미술, 음악, 문학, 스포츠의 형태로 사회에 기여합니다. – 레이먼드 M. 커티스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