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어둠이 수평으로 맞닿은 곳. 중심에는 밀도 높은 빛이 집약돼 있고, 그 위로 얇고 어두운 띠 하나가 정밀하게 가로지른다. 중심부는 부드러운 곡선을 따라 둥글게 솟아 있고, 그 둘레를 따라 먼지가 얇게 퍼져 있다. 전체 구조는 납작하고 평평하며, 위에서 보면 넓은 원반 형태지만, 측면에서는 챙 넓은 모자가 기울어진 듯한 형상을 드러낸다.
멕시코 전통 모자 ‘솜브레로’를 닮아 솜브레로 은하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구에서 약 2,900만 광년 떨어진 처녀자리 방향에 위치하며, 메시에 104번(M104)으로 분류된다.
최근 NASA와 유럽우주국은 허블 우주망원경 발사 35주년을 기념해 솜브레로 은하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새롭게 공개했다. 기존 관측 데이터를 재처리한 이 이미지는 중심부의 구조와 외곽의 별무리, 배경 은하들까지 정밀하게 담아내며, 다시 한번 이 은하를 조명하게 만들었다.

[사진=NASA]
솜브레로 은하의 전체 지름은 약 5만 광년으로 우리은하의 절반 크기다. 밝은 중심과 납작한 디스크,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먼지띠는 이 은하의 대표적인 시각적 특징이다. 먼지띠는 나선팔처럼 감기지 않고, 비교적 평평하고 균일하게 뻗어 있다. 전통적인 은하 분류 체계로는 설명이 어렵고, 나선은하와 타원은하의 특성을 모두 지닌 혼합형 또는 전이형 은하로 분류된다.
중심부에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심의 밝기와 질량 분포를 분석한 결과, 그 질량은 태양의 수억 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중심은 황백색의 빛을 띠며, 외곽으로 갈수록 별빛은 옅어지고 푸른색으로 변한다. 이는 별의 세대 차이와 금속 함량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먼지띠는 시각적 구조일 뿐 아니라, 별이 형성되는 영역이기도 하다. 다층으로 구성된 먼지 구조와 그 속의 가스 흐름은 주로 적외선에서 포착되며, 다양한 파장을 아우르는 관측이 요구된다.

[사진=NASA, ESA, CSA, STScI]
2024년 말,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솜브레로 은하를 중적외선으로 관측했다. 허블이 포착하지 못했던 먼지띠 내부의 가스 분포와 별 생성 흔적이 확인됐고, 이는 은하 내부 활동이 현재도 지속 중임을 시사한다.
솜브레로 은하는 외형은 정제돼 있지만, 구조와 형성 과정은 아직 명확히 설명되지 않았다. 과거 다른 은하와의 병합, 외부 물질의 유입, 중심 활동 등이 얽혀 있으며, 전체적인 기원은 여전히 분석 중이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자료: Sombrero Galaxy – NASA Science
NASA’s Webb Telescope Captures the Sombrero Galaxy in Breathtaking Det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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