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캥거루 배아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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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멸종 위기 유대류 보존의 희망이 될까?

호주의 과학자들이 세계 최초로 체외수정(IVF)을 통해 캥거루 배아를 생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단순한 연구 성과를 넘어, 멸종 위기에 처한 수백 종의 유대류 동물을 보호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캥거루 배아, 체외에서 성공적으로 생성

퀸즐랜드 대학교 연구팀은 동부 회색 캥거루(Macropus giganteus)에서 채취한 난자와 정자로 배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동부 회색 캥거루는 현재 개체 수가 수백만 마리에 달할 정도로 풍부하지만, 이 기술은 멸종 위기에 처한 유대류 동물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을 이끈 안드레스 감비니(Andres Gambini) 박사는 “호주는 지구상에서 가장 다양한 유대류 동물이 서식하는 곳이지만, 포유류 멸종률 또한 세계에서 가장 높다”며 “이번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는 코알라, 태즈매니아 데블, 북부털코웜뱃, 리드비터포섬과 같은 멸종 위기에 처한 유대류 종의 보존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자를 주입한 캥거루 알. 이미지출처; 퀸즐랜드 대학교

왜 유대류 보존이 중요한가?

유대류는 아메리카와 파푸아뉴기니에서도 발견되지만, 전체 330종 중 약 200종이 호주 대륙에 서식한다. 그러나 1500년대 이후 호주는 독특한 생물 다양성의 약 35%를 잃었으며, 현재까지도 서식지 감소, 도로 개발, 기후 변화, 침입종 등의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코알라, 웜뱃, 캥거루와 같은 호주의 대표적인 유대류 종들이 점점 더 심각한 멸종 위기에 직면해 있다.

체외수정(IVF), 유대류에도 적용 가능할까?

이번 연구에서는 세포질 내 정자 주입(ICSI) 기술을 활용해 배아를 생성했다. 이는 단일 정자를 난자에 직접 주입하는 방식으로, 인간과 가축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유대류에게는 이전까지 적용된 적이 없어 이번 성과는 매우 의미가 크다.

“동부 회색 캥거루 개체 수가 많기 때문에 우리는 이들의 난자와 정자를 수집해 모델로 삼았다. 그러나 유대류 조직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미비한 상황”이라고 감비니 박사는 밝혔다. 현재 연구팀은 유대류의 난자와 정자를 보다 효율적으로 수집, 배양, 보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며, 궁극적으로는 멸종 위기 종의 유전 물질을 미래에 사용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자연 번식과 체외수정의 차이

자연에서 유대류는 조산된 상태로 태어나 어미의 주머니 속 젖꼭지에 부착된 채 발달한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새끼가 어미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상태가 지속되며, 환경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 그러나 체외수정을 활용하면 멸종 위기 종의 개체군을 보호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유전적으로 건강한 배아를 생성하여 자연 번식이 어려운 개체들 사이에서도 인공적으로 개체 수를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유대류 체외수정 현실화는 언제쯤?

“정확한 일정을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지속적인 협력과 기술 발전이 이루어진다면 향후 10년 이내에 체외수정을 통한 유대류의 탄생이 현실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감비니 박사는 연구 성과에 대한 확신을 드러냈다. 이번 캥거루 배아의 성공은 수년간의 연구와 협력의 결과이며, 이는 멸종 위기에 처한 다른 유대류에게도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기술 발전이 가져올 윤리적·환경적 고민

과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연구는 유대류 보존에 혁신적인 전환점을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윤리적, 환경적 측면에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긍정적인 면에서 볼 때, 체외수정 기술이 발전하면 개체 수 감소로 인한 유전적 다양성 축소 문제를 극복할 수 있으며, 서식지 보호와 병행하여 멸종 위기 종을 보전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반면, 체외수정 기술이 실제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적용할 경우, 인위적인 개체 수 증가로 인해 생태적 균형이 깨질 가능성도 있다.

유대류 보존을 위한 체외수정 연구는 이제 시작 단계다. 과학자들은 이 기술이 단순히 실험적 성공에 머물지 않고, 실제 멸종 위기 종을 보호하는 실질적인 도구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와 협력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김희원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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