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에 돌을 던지면 물결이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나간다. 이 물결은 멀리 갈수록 점점 작아지다가 결국 사라진다. 소리와 빛도 이와 비슷하다. 멀리서 나는 소리는 희미하게 들리거나 아예 들리지 않고, 아주 멀리 있는 불빛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안개가 낀 날에는 가까운 빛조차 흐릿하게 보인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에너지를 담은 파동-매질에 부딪혀 힘을 잃다
답은 간단하다. 파동이 이동하면서 에너지를 조금씩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파동은 마치 에너지를 담은 배달원과 같다. 수면파, 음파, 그리고 빛 같은 전자기파는 이 에너지를 전달하면서 매질(물, 공기 등)과 부딪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가 조금씩 ‘새어 나가’ 버리는 것이다. 수면파는 물 분자와의 마찰로, 음파는 공기 분자와의 충돌로 에너지를 잃는다. 빛은 공기 분자나 먼지 같은 것들과 부딪히며 점점 힘을 잃게 된다. 안개 속에서 빛이 약해지는 건 물방울이 빛을 산란시키기 때문이다.

소리를 예로 들어보자. 공기를 통해 전달되는 소리는 공기 분자들이 서로 밀고 당기며 에너지를 전달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분자들이 부딪히며 에너지의 일부가 열로 바뀌어 사라진다. 그래서 멀리서 들리는 소리는 점점 약해져 결국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천둥소리는 가까이에서는 귀를 찢을 듯한 굉음이지만 멀리서는 단지 낮은 울림으로 들린다.

빛도 마찬가지다. 빛은 전자기파로 진공 속에서도 잘 이동한다. 태양에서 지구까지 빛이 올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 대기권에 들어오면 빛은 공기 분자나 먼지, 물방울 같은 것들과 충돌하며 에너지를 잃는다. 그래서 멀리 있는 불빛은 점점 희미해지고, 안개가 낀 날에는 가까운 빛도 잘 보이지 않게 된다.
방송 전파도 비슷한 원리다. 방송국에서 보낸 전자기파는 공기를 지나며 점점 약해진다. 이 때문에 중간에 신호를 증폭하는 중계기가 필요하다. 중계기는 약해진 전파의 에너지를 다시 키워 더 멀리 전파될 수 있게 돕는다. 이렇게 해서 TV나 라디오 방송이 멀리 있는 지역까지 도달할 수 있다.

빛과 소리가 약해지는 또 다른 이유는 에너지가 넓은 공간으로 퍼지기 때문이다. 수면파를 떠올려 보자. 파동이 퍼질수록 에너지는 넓은 면적에 나누어지게 된다. 소리와 빛도 같은 원리다. 가까이에서 밝게 빛나던 불빛이 멀리서 흐릿하게 보이는 이유는 에너지가 공간에 분산되기 때문이다.
빛과 소리에 적용되는 에너지 보존 법칙
물리학적으로 이 현상은 에너지 보존 법칙과 연관이 있다. 에너지는 사라지지 않지만, 이동하면서 다른 형태로 변환된다. 예를 들어, 소리의 에너지는 열로 바뀌고, 빛의 에너지는 산란되거나 흡수된다. 이 과정에서 파동의 세기는 점점 약해진다.

일상에서도 이런 원리를 쉽게 볼 수 있다. 등대는 빛을 한 방향으로 집중시키기 위해 볼록렌즈를 사용한다. 렌즈는 빛의 에너지가 분산되지 않게 모아주어 멀리서도 빛이 잘 보이게 만든다. 확성기도 같은 원리다. 확성기는 소리의 에너지를 한 방향으로 집중시켜 더 멀리 소리가 전달되도록 돕는다.

결국 빛과 소리가 무한히 갈 수 없는 이유는 이동하면서 에너지가 소모되고 흩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렌즈, 중계기, 확성기 같은 도구를 통해 자연의 한계를 극복해왔다. 현대에 들어서는 광섬유를 활용해 빛으로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전송하고 레이저 기술로 정밀하고 먼 거리까지 빛을 전달하며 위성을 통해 지구 반대편까지 정보를 전달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초음파 기술은 정밀한 소리 탐지와 전달을 가능하게 했다. 빛과 소리가 한계에 부딪히더라도, 이를 넘어 더 멀리 전달하려는 인간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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