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서 달이 사라진다. 조용히 어둠에 잠식되었다가, 붉은 빛을 머금고 다시 떠오른다. 개기월식이다. 평소 밝고 온화한 느낌을 주는 달과 다르게 어둡게 붉은 빛으로 물들어가는 달을 보고 있노 라면, 자연이 얼마나 경이로운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오는 3월 16일(한국시간), 이 순간이 펼쳐진다. 이번 개기월식은 북미와 남미 전역에서 가장 뚜렷하게 보일 예정이며, 유럽과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도 달이 지기 전까지 부분적으로 관측할 수 있다.
아쉽게도 한국은 대낮이기 때문에 이번 개기월식을 볼 수 없다. 그러나 NASA 공식 유튜브 채널이나 공식 웹사이트(NASA TV)를 통해 고해상도의 실시간 스트리밍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그래픽에서는 천구의 북쪽이 화면 상단에 위치하며,
달이 뜰 때 하늘에서 반시계 방향(왼쪽)으로 회전하고,
달이 질 때 하늘에서 시계 방향(오른쪽)으로 회전하는 형태로 보인다. [자료=Sky & Telescope]

월식은 태양, 지구, 달이 정확히 일직선으로 정렬될 때 발생한다. 이때 지구가 달을 완전히 가리면 개기월식이 되고, 부분적으로 가리면 부분월식이 된다. 하지만 개기월식 동안에도 달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 깊은 붉은빛을 띤 채 밤하늘에 떠오른다.
그 이유는 지구 대기를 통과한 태양빛이 달을 비추기 때문이다. 태양빛이 지구 대기를 통과하는 동안 짧은 파장의 푸른빛은 산란되고, 긴 파장의 붉은빛만 남아 달에 도달한다. 이는 마치 지평선 근처에서 해가 질 때 하늘이 붉게 보이는 현상과 같은 원리다. 그 결과, 개기월식 중의 달은 마치 핏빛처럼 붉게 보이며 ‘블러드 문’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달의 궤도면은 지구의 공전 궤도면에 대해 약 5도 기울어져 있어, 모든 보름달에 월식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로 인해 개기월식은 평균적으로 약 2.5년에 한 번 발생한다.
한국에서는 9월에 관측 가능
오는 16일 개기월식은 한국에서는 관측할 수 없지만, 다행히도 올해 안에 한국에서도 개기월식을 볼 기회가 있다. 2024년 9월 7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아프리카, 호주, 유럽에서 개기월식이 일어나며, 우리나라에서도 선명한 블러드문을 볼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2026년 3월 3일에는 한국에서도 개기월식이 발생할 예정이며, 이는 대규모 천문 현상을 직접 관측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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