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종말은 또 다른 시작… 초신성 잔해, 순환의 흔적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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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우주에서는 죽음이 종종 새로운 시작을 만든다. 별이 생을 마감하며 폭발할 때, 그 잔해는 우주의 물질과 에너지를 다시 퍼뜨리는 기폭제가 된다. 이런 흔적은 수십만 년 동안 은하를 떠돌며,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우주적 사건이 된다. 이처럼 별의 죽음을 통해 우리는 우주의 구조와 순환을 역추적할 수 있다.

최근 천문학자들은 지구에서 약 1,200만 광년 떨어진 은하 NGC 7793에서 새로운 초신성 잔해 4개를 찾아냈다. 단순히 오래된 별의 유물 몇 개를 추가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 발견은, 우주가 스스로를 어떻게 해체하고 다시 구성하는지를 보여준다.

초신성 잔해는 왜 중요한가

별이 초신성으로 폭발하면, 중심에서 생성된 중원소와 에너지는 주변으로 퍼져나가며 성간매질(interstellar medium)을 바꾼다. 이 과정은 은하 내부의 밀도 구조를 재조정하고, 나아가 새로운 별의 씨앗이 된다. 즉, 초신성 잔해는 ‘죽은 별의 결과’인 동시에 ‘다음 별의 재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잔해를 실제로 관측하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우리 은하 바깥에선 더욱 그렇다. 초신성 잔해는 점점 희미해지고, 대부분 가시광선이 아닌 X선 대역에서만 뚜렷하게 관측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높은 감도와 해상도를 갖춘 우주망원경이 필요하다.

거대한 별이 초신성으로 폭발하면, 철과 산소 같은 중원소가 우주 공간으로 흩어진다. 이 파편들은 수천 년에 걸쳐 냉각되고 다시 모여 성운을 이루며, 그 안에서 새로운 별과 행성이 태어난다. 별의 죽음은 우주의 다음 생명을 만드는 순환의 시작점이다. [사진=Science Wave]

19년 관측 끝에 잡아낸 X선 신호

스페인 바르셀로나 우주과학연구소(ICE-CSIC)의 연구팀은 NASA의 찬드라(Chandra) X선 망원경과 ESA의 XMM-Newton 위성 데이터를 종합 분석했다. 대상은 NGC 7793. 이전부터 많은 광학 초신성 잔해가 알려진 은하였다.

연구팀은 19년 동안 축적된 찬드라의 아카이브 자료(총 관측 시간 229,900초)를 기반으로, 광학 잔해와 위치가 일치하는 X선 원천을 추적했다. 그 결과, 새롭게 4개의 초신성 잔해가 확인됐다. 명칭은 X11, X13, X25, X38. 이들은 모두 부드럽고 일정한 X선 방출을 보이며, 장기 변동성도 없어 고온 플라스마가 안정적으로 식어가고 있는 상태로 추정된다.

또한 두 개의 추가 후보(X23, X42)도 발견되었는데, 이들은 광학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유사한 X선 특성을 보여 초신성 잔해 가능성이 크다.

별의 마지막 순간, 그리고 그 이후

특히 주목할 점은 이들 잔해가 보여주는 스펙트럼이다. 산소와 네온의 강한 방출선, 켈빈 단위로 수백만 도에 이르는 온도는 이 천체들이 여전히 활발한 열 플라스마 상태임을 보여준다. 이는 잔해가 단순히 퍼지는 중이 아니라,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은하 내부에 변화를 일으키는 과정에 있다는 뜻이다.

이런 X선 초신성 잔해는 성간 공간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자기장을 형성하며, 밀도 구배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결국 다음 세대 별 형성과 은하의 장기적 진화에 직접 영향을 준다.

초신성 폭발 후 흩어진 중원소와 가스는 수천 년에 걸쳐 냉각되며 다시 응집되기 시작한다. 이 성운은 결국 새로운 별과 행성이 태어나는 장소가 되며, 우주는 이처럼 끊임없이 재구성된다. [사진=Science Wave]

우주는 죽음을 통해 다시 태어난다

우리는 흔히 초신성을 ‘종말’로 여긴다. 하지만 천문학에서 초신성은 하나의 사건이라기보다, 은하 내부 순환 과정의 일부다. 죽은 별이 남긴 잔해는 주변에 물질과 에너지를 남기고, 그것은 또 다른 탄생을 준비하게 된다.

이번 NGC 7793에서의 발견은, 우리 은하 바깥에서도 그러한 과정이 지금 이 순간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증거다. 우주는 죽음을 종결로 두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다음 구조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죽은 별은 끝이 아니라, 우주가 스스로를 다시 쓰는 방식 중 하나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고 논문: Kopsacheili et al, New X-ray Supernova Remnants in NGC 7793, arXiv (2025). DOI: 10.48550/arxiv.2506.09120

자료: arX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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