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장(無盡藏)한 자원 – 나노 섬유와 나노 크리스털 섬유 이야기

Photo of author

By 사이언스웨이브

추위를 막아주는 땔감, 건축물, 가구(家具), 연장, 면직물, 종이류(펄프) 등은 모두 식물이 제공하는 자연자원이다. 공기의 고마움을 의식하지 않듯이 사람들은 식물의 주성분인 섬유질의 고마움을 생각하지 않는다. 원유, 석탄, 금, 철, 암석 등은 유한한 천연자원이지만, 식물로부터 얻는 섬유소는 태양이 있는 한 끊임없이 재공급되는 무한의 자연자원이다. 최근 과학자들은 섬유소를 나노 크기로 미세하게 분해하여 전혀 새로운 자원으로 사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식물체의 줄기와 잎이 형체를 유지하도록 뼈대가 되어주는 성분이 섬유질(纖維質)이다. 섬유질의 주성분은 섬유소(cellulose)라 불리는 고분자 탄수화물이다. 섬유소는 인류가 자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가장 풍부한 자원이다. 최근 과학자들은 섬유를 지극히 작은 나노 크기의 섬유소로 만들어, 이를 ‘나노 섬유’(nanocellulose 나노 셀룰로스)라 칭하면서, 이를 이용하는 연구를 막 시작하고 있다.

식물의 줄기가 질기고 단단할 수 있는 것은 목질부(木質部)의 주성분이 섬유질이기 때문이다. 이들 섬유는 리그닌이라 불리는 접착제 성분과 단단히 결합해 있다. 펄프는 식물체(주로 목재)를 기계적으로 분쇄(分碎)하고 화학적으로 처리하여 섬유질만 남긴 것이다. 사진은 펄프의 긴 섬유 모습이다. 섬유의 형태는 식물 종류마다, 또 조직에 따라 모습이 다양하다.

섬유질의 화학적 구조는 수백 개 또는 수만 개의 포도당 분자가 이어져 있는 탄수화물의 일종이며, 그 분자들은 물 분자가 서로 길게 연결하고 있다. 이를 섬유소라 부른다.

식물의 줄기를 이루는 섬유는 매우 길다고 생각되지만, 현미경으로 보면 2-4mm 길이의 섬유가 서로 길게 결합되어 있다. 재질이 단단한 나무들은 0.5-1.5mm 정도로 훨씬 짧다. 이런 섬유를 물리화학적으로 처리하면, 나노 크기(1nm는 1,000,000분의 1mm)의 지극히 짧고 가느다란 섬유로 만들 수 있다. 이를 나노섬유라 한다. 나노섬유는 폭이 5-20nm이고, 길이는 수만 nm이다. 이렇게 만든 나노섬유는 흥미롭게도 반액체 성질을 보이며, 점성(粘性)까지 갖는다. 사진은 나노섬유 모습이다. 고체처럼 보이지만 죽처럼 휘저을 수 있다.

목재로부터 선별한 나노섬유(nanocellulose from wood)는 반고체 상태이며, 이를 얇게 만들면 투명하면서 튼튼한 나노종이(nanopaper from nanocellulose)가 된다. 나노종이는 쉽게 생분해(生分解)되어 자연으로(biodegraded back to wood) 돌아갈 수 있다.

나노섬유를 이용하여 태양전지판을 만들면 접을 수도 있고, 흙 속에 들어가면 미생물에 의해 생분해될 수 있다.

나노 섬유보다 더 작은 나노 크리스털 섬유

화학자들은 이런 나노섬유를 특별한 방법으로 더 미세한 나노 크리스털 섬유(cellulose nanocrystal, CNC)라는 것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런 나노 크리스털 섬유(CNC)는 직경이 2-20nm이고, 길이는 100-600nm 정도이다. 흥미롭게도 CNC는 물리적, 광학적, 화학적, 유동적(流動的) 성질이 특이하여 미래의 생산 소재로서 기대를 갖게 한다.

오하이오주 이턴 시에 있는 램 연구소(Lam Reaserch)의 과학자 라오(Abhinav Rao) 박사는 최근 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때, 강하고 튼튼한 신소재에 대한 연구를 했다. 그가 개발하려 했던 신물질은 쉽게 깨어지지 않으면서 여간해서 찌그러지지 않는 그런 소재였다. 라오 박사는 희망했던 신소재 CNC를 개발하고, 그에 대한 연구 결과를 2022년 3월 호 학술지 <Cellulose>에 발표했다.

섬유소를 물리화학적으로 분쇄하고 처리하여 최소의 나노 섬유로 만들었을 때, 그들은 사진처럼 짧은 이쑤시개 모양의 결정 물질이었다. 즉 셀룰로스의 가장 작은 형태가 사진과 같은 나노 크리스털 섬유인 것이다.

라오 팀이 개발한 CNC는 놀랍도록 강인했다. 연구자들은 CNC로 냉장고의 몸체 제조라든가 인공치아의 제조 원료, 물을 정수하는 필터로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사진의 자동차는 동체를 CNC로 만들었다. CNC를 경제적으로 대량생산하는 기술이 발전하면, 인류는 플라스틱의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라오 박사 팀은 이번 연구에서 CNC를 혼합할 수 있는 새로운 점액물질을 개발했다. 그들이 점액물질에 CNC를 혼입한 후 초음파로 휘저어주자, 혼합물은 몇 초 만에 젤리 같은 반 고형(固形) 상태로 변했다. 젤리 상태의 물질은 3D 프린터로 온갖 형태의 물체를 만드는 원료가 될 수 있다. 라오 팀은 이 젤리를 대단히 단단한 상태로 굳게 할 수 있었다.

라오 박사 팀이 개발한 신소재가 반죽처럼 보인다. 이 소재의 성분은 대부분이 CNC이다. 이것을 경화(硬化)시키면 인공치아나 인공 골격 제조에 쓸 수 있을 정도이다. 이 물질은 원자재가 섬유이기 때문에 강인하면서도 상당히 가볍다.

물건 제조에 사용하는 자재는 강인하면서 쉽게 닳아버리지 않고 가벼워야 좋다. 자동차 타이어는 모두 검은색이다. 그 이유는 강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석유를 정제할 때 부산물로 나오는 탄소를 다량 혼합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CNC로 타이어를 제조할 때는 흰색의 타이어가 태어날 것이다.

CNC에 대한 연구는 이제 시작 단계이다. CNC를 어떤 용도로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는 크다. 플라스틱의 원료는 거의 석유로부터 얻고 있다. 이것은 재활용이 불가능하고 제한된 자원이다. 그러나 플라스틱 대신 CNC를 원료로 사용하게 된다면, 그것은 수천만 년을 사용하더라도 자연으로부터 재공급될 것이며, 세상을 오염시키는 플라스틱과 달리 자연적으로 분해될 수 있는 천연자원이 될 것이다. – YS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댓글 남기기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