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하면 단연 붉은색을 떠올린다. 실제로 빨간 장미는 사랑과 열정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보는 장미는 붉은색뿐 아니라 흰색, 분홍, 복숭아색 등 색과 형태가 다양하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처럼 다양한 장미들이 모두 노란색 단일꽃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주목받고 있다.
중국 베이징임업대학교 연구진은 야생 장미 84종, 총 205개 샘플을 유전체 수준에서 분석한 결과, 이들 모두가 노란색 꽃잎 한 줄과 일곱 개의 소엽을 가진 공통 조상을 가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Nature Plants에 실렸다.
장미의 조상은 노란 단일꽃, 진화하며 색·구조·형태 변화
장미(Rosa 속)는 장미과(Rosaceae)에 속하며, 전 세계적으로 150~200여 종이 자생하고 있고, 인간이 만든 재배 품종은 3만 5천 종이 넘는다. 이들은 개화 주기, 색상, 꽃잎 배열, 향기 등에서 매우 다양한 특성을 지닌다. 현재 장미는 전 세계 절화 시장에서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널리 재배되는 관상식물이다.
연구팀은 중국 식물지(Flora of China)에 기록된 Rosa 속의 84%를 포함하는 샘플을 확보해, 유전체 시퀀싱, 집단 유전학, 단일염기다형성(SNP) 분석을 수행했다. 특히 단일 유전자 복사본 707개를 활용해 장미의 계통 분화와 지리적 확산 과정을 재구성했다. 그 결과, 현대 장미의 조상은 노란 단일꽃이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꽃잎 색상, 복층 구조, 무리지어 피는 형태로 진화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러한 유전적 변화들은 인간에 의한 선택적 교배뿐 아니라, 자연환경에 따른 적응 과정을 통해 축적되었으며, 오늘날 장미 품종의 다양성과 직결된다.

중국 연구팀이 84종, 205개 장미 샘플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현대 장미는 모두 노란색 꽃잎과 일곱 개의 소엽을 가진 공통 조상에서 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향후 기후 변화 대응형 장미 품종 개발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장미 품종 개량, 생존력이 새로운 기준
장미는 오랫동안 꽃의 색과 형태 같은 미적 요소를 중심으로 개량돼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뭄, 병해, 기후 변화에 잘 견디는 품종 개발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재배 방식만으로는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로 야생 장미의 유전자에 주목했다. 야생종은 병해 저항성, 강한 향기, 극한 기후 적응력 등 재배종에서 사라진 형질을 여전히 갖고 있다. 이처럼 원형에 가까운 유전 정보는 새로운 품종을 만들거나 기존 품종의 약점을 보완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된다.
이번 연구는 장미의 기원지에 대한 기존 학설도 수정했다. 과거에는 중앙아시아가 장미의 발원지로 여겨졌지만, 유전체 분석 결과 중국 북서부와 남서부가 주요 다양성 중심지로 나타났다. 북서부에는 잎이 작고 노란 꽃을 지닌 장미가, 남서부에는 향기로운 흰 장미가 자생한다.

연구진은 장미 속 84종, 205개 샘플의 유전체를 분석하고 단일 유전자 707개를 비교해 장미의 진화 경로와 지리적 분포를 분자 수준에서 재구성했다. 그 결과, 모든 품종은 노란색 단일꽃과 일곱 개의 소엽을 가진 공통 조상에서 출발했음이 밝혀졌다.
이 연구는 장미의 진화 과정을 구체적으로 밝혔을 뿐 아니라, 환경 변화에 강한 품종 개발을 위한 과학적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야생 장미의 유전 자원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제시했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더 많은 정보: Bixuan Cheng et al, Phenotypic and genomic signatures across wild Rosa species open new horizons for modern rose breeding, Nature Plants (2025). DOI: 10.1038/s41477-025-01955-5
Valéry Malécot, An evolutionary bouquet for roses, Nature Plants (2025). DOI: 10.1038/s41477-025-01971-5
자료: Nature Pl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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