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티스 프실로스의 『과학적 실재론』은 지난 100년간 과학철학에서 벌어진 치열한 논쟁을 종합하며, 과학이 실재를 설명할 수 있다는 믿음을 방어하는 핵심 저작이다.
이 책은 과학적 실재론과 경험론, 그리고 반실재론의 대립 속에서, 관찰 불가능한 존재자가 과연 실재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논쟁을 다룬다. 전자나 블랙홀과 같은 존재들은 실험 도구로 직접 관찰할 수 없지만, 그 흔적을 통해 그들의 실재를 논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과학사에서 플로지스톤이나 에테르처럼 실재한다고 여겨졌던 개념들이 거짓으로 판명된 사례들이 있기에, 우리는 이런 관찰 불가능한 존재자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과학 이론은 단지 가설적 도구에 불과한가, 아니면 실제로 이 세계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진리를 전달하는가? 이 책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철학적 여정을 담고 있다.
프실로스는 과학적 실재론의 중요한 세 가지 논제를 통해 이론을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첫째는 형이상학적 논제로, 이 세계는 우리의 마음과 독립적인 자연종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주장이다. 과학적 실재론자는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그 경험을 초월한 영역에도 실재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둘째는 의미론적 논제로, 과학 이론은 그 자체로 관찰 불가능한 대상에 대한 참 혹은 거짓의 진술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것이다. 즉, 과학 이론이 참이라면 그 이론이 다루는 대상, 예를 들어 전자나 블랙홀 같은 것들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인식론적 논제로, 성숙한 과학 이론은 세계에 대해 근사적으로 참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프실로스는 이 세 가지 논제를 바탕으로 과학적 실재론이 이론적 존재자를 설명하는 최선의 방법임을 논증한다.
『과학적 실재론』은 20년이 넘게 과학철학의 교과서로 자리 잡은 책이다. 과학이 세계를 설명할 수 있다는 믿음, 즉 실재론적 관점이 여전히 유효한지를 논의하며, 다양한 철학자들의 입장을 포괄적으로 다룬다.
프실로스는 단순히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데 그치지 않고, 반대 입장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독자가 과학철학의 복잡한 논쟁 속에서 주체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경험론자들은 과학이 설명하는 존재자들이 실제로 실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지만, 프실로스는 과학의 성공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실재론적 견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과학 이론이 단지 가설적 도구라면, 과학의 지속적인 성공과 발전을 설명하기 어려운 점이 많기 때문이다.
프실로스의 논의를 뒷받침하는 주요한 논거 중 하나는 ‘기적 없음 논증’이다. 그는 과학 이론이 반복적으로 성공하고 새로운 현상을 설명하는 능력을 보이는 이유가 단순히 우연이 아니라, 그 이론이 실제로 실재를 포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과학의 성공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도구적 설명이 아닌, 실재에 대한 참된 설명이 필요하다. 이 책은 과학 이론이 세계의 관찰 불가능한 측면까지도 진리 근접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프실로스는 경험론이 주장하는 과학의 비관적 견해에 맞서 낙관주의적 입장을 취한다. 경험론자들은 과학이 실재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으며, 과학 이론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론들이 폐기되었다는 점을 들어 과학의 한계를 주장한다.
그러나 프실로스는 과학 이론이 폐기되는 과정에서도 일부 핵심 요소는 후속 이론에 계승되며, 실재에 대한 더 정교한 설명을 제공한다고 반박한다. 예를 들어, 열역학 이전의 칼로릭 이론이나 19세기 광학 이론에서처럼, 관찰 불가능한 존재자에 대한 이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리에 더 가까워진다고 주장한다.
이 책을 번역한 전현우는 과학철학을 전공한 역자답게, 프실로스의 논지를 한국어로 명료하게 전달하고 있다. 전현우는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의 회원이자 철도덕후로, 기후 위기 시대의 교통 문제에 천착해 왔다. 오랜만에 그의 전공으로 돌아온 셈이다.
그는 과학철학의 난해한 논의들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어, 독자들이 철학적 논쟁의 흐름을 따라가며 과학적 실재론의 핵심 쟁점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원문의 복잡한 철학적 논의를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한국어 독자들이 과학철학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번역의 질을 높였다.
『과학적 실재론』에서 프실로스는 과학 이론이 단지 현상을 설명하는 도구적 체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세계에 대한 진리를 제공한다고 역설한다. 그는 역사적 사례와 논리적 분석을 통해, 과학적 실재론이 과학의 성공을 설명하는 최선의 이론임을 논증한다.
과학이 실재에 대해 점점 더 근사한 설명을 제공한다는 낙관적인 견해를 펼치며, 독자들에게 과학 이론이 단순한 가설이 아닌, 실재를 포착하는 강력한 도구임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이 책은 과학철학을 넘어 과학 그 자체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과학적 진리가 무엇인지, 우리가 관찰하지 못하는 세계에 대해 과학이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과학적 실재론』은 과학과 철학의 교차점에서, 과학이 실재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명쾌하게 설명하며, 과학적 지식의 본질을 탐구하는 모든 독자에게 필독서로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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