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끝나가고 가을이 가까이 오면, 거의 매년 녹조 경보와 예보를 하면서 “녹조 때문에 독성물질이 생긴다,” “물고기가 떼죽음 당한다.”고 사진과 함께 보도한다. 그러나 알고 보면 문제의 그 녹조 덕분에 인간과 지상의 모든 생명체가 태어나고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전국 곳곳의 저수지, 호수. 일부 강물의 표면에 푸른 찌꺼기가 쌓이고 거품이 일며, 진한 녹색 물감을 풀어둔 듯이 변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녹조(綠藻)라 알려진 하등 미생물이 갑자기 대량 증식한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그들은 다른 동식물이 살 수 없을 정도로 부영양화된 호수와 강의 물을 깨끗하게 청소해주는 정화작용을 해주고 있다.
녹조는 시아노박테리아
생물학에서 녹조(green algae)라고 하면 해수와 담수에 사는 광합성 능력을 가진 녹색의 하등식물 무리를 말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녹조 종류는 22,000종을 넘는다. 그런데 호수와 강물을 녹색으로 만드는 생명체는 엄밀히 말해 녹조가 아니라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 청록조(blue green algae), 남세균(藍細菌) 또는 남조류라 불리는 박테리아의 일종이다.
시아노박테리아(청록조, 남세균, 남조류)는 종류가 많으며, 단세포 상태로 살기도 하고, 여러 개가 붙어 군체를 이루기도 한다. 그들은 세포 안에 핵조차 없는 원시적 생명체(원핵생물)이며,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최초의 생명체로 지구에 탄생한 이후 수십억 년이 지난 지금까지 번성하고 있다.
지구가 막 탄생했을 때 지구의 대기에는 산소가 없었다. 그럴 때, 적도와 가까운 지역의 담수에서 탄생한 시아노박테리아는 무제한 증식하면서 H2O를 O2와 H2로 분해시키고, 이때 나온 H2에 CO2를 결합시켜 탄수화물을 만드는 광합성을 하는 최초의 생명체가 되었다.
그들이 수십억 년 증식한 결과, 대기 중에 가득하던 CO2는 감소하고, 대신 O2가 가득하게 되었고, 이때부터 지구상의 생명체는 시아노박테리아가 생산해준 산소를 호흡하면서 다양하게 진화할 수 있게 되었다.

시아노박테리아는 지구에서 탄생한 최 고참 생명체이며, 가장 오래된 화석생물이기도 하다. 그들은 지구연대표에서 기간이 가장 긴 원생대(Pterozoic, 25억 – 5.4억 년 전)에 나타나 지구를 거의 독차지하고 수십억 년 동안 번성하면서 산소를 생산하여 지금의 대기로 만들었다. 원생대(原生代)는 ‘원시 생명의 탄생 시대’라는 의미이다.


시아노박테리아는 단세포인 것, 염주처럼 이어진 것, 몇 개가 서로 붙은 것 등 종류가 많다. 그들 중에 녹조현상을 가장 잘 일으키는 무리는 마이크로시스티스라 불리는 무리이다. 시아노박테리아는 대기 중의 질소(N)를 NH3, NO2, NO3로 변화시켜 뿌리혹박테리아처럼 식물이 영양으로 삼도록 하는 질소고정(窒素固定 nitrogen fixation) 작용도 한다.

긴 진화 기간 동안 바다에도 다양한 시아노박테리아가 탄생하게 되었다. 사진은 바다의 시아노박테리아 일종(Prochlorococcus)이다. 시아노박테리아는 광합성을 하면서 산소를 생산하는 동시에, 먹이사슬을 형성하는 첫 생물인 ‘1차 생산자’이다. 사진의 시아노박테리아는 크기가 0.5-0.8μm이고, 1밀리리터의 해수에 평균 약 100,000개 세포가 살고 있다.
오물 폐수를 정화하는 청록조
인간이 사는 근처의 호수에는 넓은 경작지가 있고, 여기저기 가축 사육장이 있다. 농경지에는 화학비료와 동식물을 부패시킨 유기질 비료(퇴비)를 대량 살포한다. 그리고 가축 사육장에서는 배설물(유기물)이 대량 배출된다. 큰비가 내리면 이들 무기질과 유기질 물질은 빗물과 함께 강과 호수로 들어가 부영양화(富營養化)된 물로 변화시킨다. 이런 물에는 온갖 박테리아와 미생물이 증식하여 메탄가스, 암모니아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물고기나 다른 동식물이 살기 어렵게 된다.
부영양화된 물이 흐르지 않는 상태로 고여 있고, 수온이 높고, 거기에 태양광이 비치고 있으면, 그 물은 시아노박테리아가 증식하기 좋은 조건이 된다. 이런 환경이 되는 때는 세계 어디서나 주로 여름이 끝나갈 무렵이다. 시아노박테리아는 영양분이 넘치는 물에서 대량 증식하여 수면 전체를 녹색의 찌꺼기로 덮어버린다.
시아노박테리아는 물 위에 뜬다. 그들이 증식하면, 물고기 등 수생동물이 호흡할 산소도 부족해지고, 동물들의 생존에 지장을 주는 아나톡신(anatoxin-a)이라는 독소가 발생된다. 아나톡신은 인체의 신경계를 자극하여 어지럽거나 무력하게 만들며, 독소가 포함된 물을 마신 가축은 죽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시아노박테리아가 증식한 물은 부영양 물질들이 흡수 분해되어 자연적으로 정화(淨化)된다. 즉 부영양화된 물에 청록조가 대량 증식하고 나면 무기물, 유기물, 인산염 등이 분해되어 없어지므로 물은 다시 정화되는 것이다.

강원도의 소양호에도 주변에서 오염물이 흘러들어 부영양화되면 녹조가 발생하여 초록 호수가 된다. 만일 시아노박테리아가 증식하지 않는다면 소양호의 물은 부영양화된 상태로 한강으로 흘러들어 식수와 농업용수와 산업용수로 사용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다.
시아노박테리아가 증식한 뒤의 물은 영양물질이 소모되었기 때문에 그들은 더 이상 증식하지 못하고 죽어 분해되거나, 포자가 되어 침전하거나, 흐르는 물과 함께 떠내려간다. 또한 태풍이 오거나 큰 비가 내려 수량이 크게 증가하면, 녹조의 증식은 약화되면서 본래 모습의 호수와 강으로 돌아간다. 경보의 대상이었던 녹조가 ‘자연의 청소부’ 역할을 다한 것이다.
호수와 같은 민물(담수)에서는 시아노박테리아가 정수작용을 하지만, 바다에서는 적조라 불리는 조류가 정화작용을 해준다. 우리나라의 경우 녹조 경보와 적조 경보는 여름이 끝나갈 때쯤 거의 동시에 나온다. 녹조와 적조는 경보의 대상이지만, 과영양화된 오염수를 대규모로 청소해주는 경보(慶報)라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시아노박테리아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귀하다. 사회적으로 인기가 적은 연구 대상의 하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추어 자연과학자가 다수 필요한 때가 되었다. 하등동식물 역시 별(천체)만큼 종류가 많다. 취미생활로 연구하는 아마추어 천문가와 생물학자 등 시민 과학자가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 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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