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지구상에서 가장 큰 동물은 공룡이 아니라 물속에 사는 포유류에 속하는 고래들이다. 고래 무리(고래목 Cetacea) 중에는 몸길이가 1.5m 정도인 소형도 있지만, 30m나 되는 것도 있다. 고래 종류는 86종이 알려져 있으며, 이빨고래와 수염고래 두 무리로 크게 나뉜다. 고래의 조상은 공룡이 사라진 후인 약 4,000만 년 전에 나타났다. 고래는 왜 이토록 큰 동물이 되었을까? 대형일수록 그만큼 더 많이 먹어야 하고, 동시에 그들 서식지에는 먹이가 풍부해야 한다. 지구의 환경은 그들을 지금보다 더 큰 동물로 진화할 수 있게 할까?
고래 머리에서는 왜 하얀 김과 분수가 솟아오르나?
고래라고 하면 머리 꼭대기에서 분사되는 하얀 증기와 물보라가 먼저 생각난다. 고래에게는 아가미가 없다. 그 대신 그들 머리 정상부에 분기공(噴氣孔 blowhole)이라는 커다란 공기 분출 구멍이 있고, 그 아래에 커다란 폐가 있다. 고래들은 이 분기공을 통해 폐호흡을 한다. 즉 분기공은 다른 포유동물의 비강(鼻腔 콧구멍)에 해당한다. 이빨고래 무리는 분기공을 하나만 가졌고, 수염고래들은 좌우 2개가 있다.

수중에서 헤엄치던 고래가 수면 위로 나오면, 숨을 쉬기 위해 분기공을 통해 폐에 가득한 공기를 힘껏 분사한다. 이때 폐 속의 공기와 함께 분기공에 고여 있던 약간의 물이 함께 분출한다. 폐의 공기 속에는 따뜻한 수증기가 다량 포함되어 있다. 이 수증기가 수면 밖으로 분사되면 마치 겨울날의 하얀 입김처럼 안개가 되어 솟아오른다.
수염고래 무리의 특징은?
이빨고래 무리는 사냥할 때 포식 대상을 하나씩 잡아먹지만, 수염고래들은 이빨이 없고 대신 플랑크톤이나 크릴, 치어(稚魚) 등 작은 먹이를 바닷물과 함께 한꺼번에 대량 흡입하여 걸러서 먹도록 위턱에 커다란 체(baleen)가 줄지어 있다. 수염고래 종류들은 한 번에 대량의 물을 흡입해야 하기 때문에 입이 있는 머리부가 몸 전체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크다.

수염고래의 위턱에 있는 빗살처럼 생긴 체(수염)의 모습이다. 체가 줄지어 있는 체판의 주성분은 케라틴이며, 체판의 길이는 종류에 따라 0.5-3.5m이다.

수염고래의 체판은 가장자리가 촘촘하다. 가장자리 빗살에는 탄산칼슘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상당히 단단하다.

몸길이 최장 30m, 체중 199톤이나 되는 최대형 긴흰수염고래(청고래)의 외부형태이다. 수염고래류는 머리에 2개의 분수공이 있다. 그들의 목주름(throat pleat)은 입을 크게 열 때 펼쳐지도록 주름살 역할을 한다.
이빨고래들의 특징
대표적인 이빨고래 종류는 돌고래, 돌고래를 닮은 포퍼스(porpoise), 벨루가, 향유고래, 일각돌고래(narwhal), 범고래(killer whale) 등이 잘 알려져 있다. 이들은 물고기, 오징어, 기타 대형 해양동물을 포식한다. 특히 범고래는 펭귄, 물개, 상어 그리고 다른 작은 고래까지 공격한다. 이처럼 사냥을 하는 이빨고래들은 반향(反響)으로 먹이를 찾아내는 능력(반향위치탐지)이 있다.

향유고래의 머리에 저장된 향유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오래도록 알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2가지 기능이 알려지고 있다. 첫째는 물속에서 몸이 잘 뜨도록 부력을 증가시켜주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들이 발사하는 초음파의 반사음을 민감하게 수신하는 것이다.
향유고래가 잠수할 때는 분수공으로 물을 흡입하여 향유의 온도를 냉각시켜 반고체 상태가 되게 함으로써 부력을 감소시킨다. 반면에 향유의 온도를 높이면 액화되기 때문에 부피가 팽창하여 부력이 증가한다.

왼쪽은 두부에서 꺼낸 향유의 본래 모습이고, 중앙은 양초로 만든 것, 오른쪽은 액체상 향유이다.

돌고래의 구조를 나타낸다. 돌고래는 몸길이가 1.7m 정도인 것에서부터 9.5m에 이르는 것까지 40여 종류가 세계 모든 바다에 생존한다. 본사 블로그에서 ‘고래’, ‘돌고래’를 검색하면 그들의 행동과 음파탐지 능력(바이오소너)에 대한 기사를 찾을 수 있다.
이빨고래류는 머리부에 멜론(melon)이라 부르는 황색의 지방질이 가득한 기관이 있다. 고래들은 분기공에서 음파를 발생한다. 음파는 휘파람 소리와 딸각거리는 소리 두 가지이다. 멜론은 음파를 정밀하게 수신하는데 도움이 된다. 고래들은 음파가 반사되어 오는 반향을 귀의 청각기관으로 감청하여 물체 형태와 거리를 판단한다. 일부 동물이 가진 이런 반사음 청각기관을 바이오소너(biosonar)라 한다. 돌고래 종류는 고속으로 장시간 유영(遊泳)하는 동물로 유명하다. 특히 범고래는 1시간에 55.5km의 속도로 헤엄치기도 한다.
고래는 왜 가장 큰 동물이 되었나?
장거리를 자유롭게 이동하며 살아가는 고래의 생태를 관찰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연구자들은 고래의 몸에 위치추적이 가능한 전자표지(tag)를 붙여 두고 드론을 이용하여 그들을 따라가며 생태를 조사한다. 또한 수심이 깊은 곳에서는 수중 로봇도 활용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한 동물무리는 곤충류(절지동물)이다. 과학자들은 100만 종이 넘는 곤충이 지구의 주인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몸이 작으므로 조금만 먹어도 되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가장 큰 몸을 가진 고래는 체구에 필요한 먹이를 바다에서 충분히 얻고 있을까? 고래의 몸이 커진 이유를 찾으려고 10년 이상 장기간 연구해온 스탠퍼드 대학의 동물생리학자 골드보전(Jeremy Goldborgen)은 이런 주장을 한다.
“지금의 고래는 빙하기가 끝난 이후 지난 500만 년 동안에 큰 동물로 진화했다. 기온이 오르면서 해류가 바뀌자, 깊은 바다의 영양분 많은 냉수가 상층으로 올라왔고, 그래서 크릴과 같은 작은 갑각류나 물고기가 번성하게 되었다. 따라서 고래들은 먹이가 풍부한 바다에서 큰 몸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몸이 크면 비례적으로 적은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멀리 이동할 수 있으므로 고래들은 대양을 한껏 누비게 되었다. 또한 체격이 커지면 폐도 거대해지므로 장시간 잠수하는 능력이 생겨 더 많이 사냥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골드보전은 국제적인 연구팀을 구성하여 13종의 고래 300마리의 몸에 흡반(吸盤)이 설치된 전자 태그를 부착해두고 계속 조사를 했다. 그들이 추적한 고래 중에는 무게가 50kg 정도인 포퍼스도 있고, 150톤이나 되는 향유고래도 있다. 추적장치는 고래가 이동하는 깊이와 위치를 탐지하여 송신해주는 동시에 고래들이 발신(發信)하는 소리를 녹음하고, 또 카메라는 고래 주변의 상황과 수염고래들이 삼키는 크릴까지 녹화를 했다.

골드보전 연구팀이 향유고래의 등에 전자추적장치를 부착하기 위해 고속보트로 접근하고 있다. 그들은 이런 방법으로 고래들의 이동과 행동, 먹이활동 등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음파탐지기를 이용하여 고래들이 먹는 바다의 먹이들이 무엇이며 그 양이 어느 정도인지도 조사했다.

공동연구자인 네덜란드 해양연구소의 생물학자 오데얀스(Machiel Oudejans)가 돌고래의 등에 흡반(suction cup)이 달린 추적장치를 붙이려고 애쓴다. 돌고래들은 떼를 지어 다니는 사회성을 가진 종류이다. 오데얀스가 준비한 추적장치는 돌고래의 유영속도, 잠수 깊이, 그들이 발신하는 소리를 녹음하여 송신해준다.
미래에는 더 큰 고래가 나타날까?
이빨고래들은 대왕오징어와 문어를 즐겨 사냥했다. 조사에 의하면 덩치가 큰 고래일수록 깊이 잠수하여 더 많은 먹이를 포식했다. 그러나 그들의 주식인 오징어와 문어는 양이 많지 않았다. 따라서 이빨고래의 몸이 더 커졌다가는 사냥에 소비하는 에너지는 증가하고, 커다란 위장을 채울 먹이는 부족할 것으로 판단되었다. 즉 현재 상태의 바다에서는 먹이의 한계 때문에 이빨고래들이 더 큰 체구를 갖도록 진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었다.
반면에 수염고래들의 사정은 이빨고래와 달랐다. 크릴과 같은 갑각류 먹이는 지금도 바다에 풍부하기 때문에 먹잇감은 부족할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수염고래의 몸집이 더 커지면 혈액을 전신에 보내야 하는 심장의 기능이 더 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먹이를 한꺼번에 들이키는 주둥이도 더 커져야 하는데, 이런 변화가 생리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힘든 연구를 하고 있는 골드보전은 이렇게 말한다. “아마도 수백만 년 후에는 지금보다 더 큰 수염고래를 볼 수 있을 가능성도 있다.” 현대의 사람들은 고래들이 출현하는 바다로 ‘고래 관광’을 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고래에 대한 상식이 많으면 고래관광도 더 즐거운 기회가 될 것이다. – 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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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흥미있게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