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이 남긴 식사 흔적, 북극 살리는 에너지원 된다

Photo of author

By 사이언스웨이브

북극의 해빙 위, 북극곰 한 마리가 사냥한 물개를 끌어올린다. 거대한 먹잇감의 일부를 먹고 떠난 자리에는 잔해가 남고, 곧 북극여우와 까마귀, 바다표범, 눈올빼미가 모여든다. 눈으로 덮인 고요한 얼음 위에서 벌어지는 이 광경은 포식 흔적이자, 북극 생태계를 순환시키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 이동의 한 장면이다.

최근 캐나다 매니토바대·앨버타대, 미국 샌디에이고동물보전연합, 캐나다 환경기후변화부로 구성된 국제 공동연구팀이 이 과정을 과학적으로 추적했다. 연구진은 북극곰이 매년 남기는 사체 자원의 총량을 약 760만 킬로그램으로 산출했으며, 이를 통해 북극곰이 단순한 최상위 포식자를 넘어 해양에서 육상으로 에너지를 전달하는 핵심 공급자임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오이코스(Oikos)에 게재됐다.

해빙 위의 에너지 순환

이번 연구는 캐나다 매니토바대·앨버타대, 미국 샌디에이고동물보전연합, 캐나다 환경기후변화부 연구진이 북극곰의 사냥이 해빙 생태계에 남기는 사체 자원을 정량화한 것이다. 연구팀은 문헌에 보고된 북극곰의 사냥 빈도, 사냥 성공 후 섭식 비율(먹고 남기는 비율), 먹이 조성(주로 물개류), 개체군 규모(아·북극 각 아군집 추정치)와 계절적 이동 패턴을 통합해 연간 사체량을 계산했다.

북극곰은 해빙 위에서 먹이를 사냥할 뿐 아니라, 남긴 먹잇감을 통해 북극 생태계의 에너지 순환을 이끄는 주요 공급자다. 사진은 해빙 위에서 마주 선 북극곰의 모습. [사진=Phys]

이렇게 산출한 값은 에너지 전이량(칼로리 환산)과 사체가 해빙 표면에 남는 시간, 다른 종이 접근할 수 있는 가용성(얼음 상태·거리·기상)에 따라 조정됐고, 결과적으로 연간 약 760만 킬로그램의 사체 자원이 북극 전역에 공급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자원은 북극여우, 까마귀, 바다갈매기, 바다표범, 눈올빼미 등 최소 11종의 척추동물과 추가 8종의 잠재적 청소동물이 활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방법론상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북극곰이 바다에서 포획한 물개를 해빙 위로 끌어올린 뒤 일부만 섭취한다는 행동 특성에 주목해, 해양 기원의 에너지가 해빙 표면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양적으로 표현했다. 둘째, 개체군별 사냥 압력과 해빙 접근성의 지역 차이를 반영해 공간적으로 다른 기여도를 계산했다. 예를 들어 해빙이 안정적인 구역에서는 사체 접근성이 높아 다종이 분할 이용했고, 해빙이 빠르게 줄어든 구역에서는 동일한 사체량이라도 실제 이용 가능 시간이 짧아 효율이 떨어졌다.

연구진은 최근 개체 수가 감소한 두 아군집의 사례를 분석해, 연간 300톤 이상의 사체 자원이 이미 사라졌음을 제시했다. 이는 사체를 통해 이동하던 질소·지방·단백질 등이 해빙 먹이망으로 유입되는 경로가 축소됐음을 의미한다. 다만 연구는 사체 분해 속도, 눈·바람에 의한 매몰, 야간 포식 활동 등 현장 변수를 보수적으로 처리했으며, 향후 위성추적과 자동카메라를 결합한 직접 관측 자료가 추가되면 지역별 불확실성 범위가 더 좁아질 것으로 제시했다.

해빙 감소와 생태계 연쇄 효과

문제는 이 에너지 순환이 기후변화로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해빙 면적이 줄어들면 북극곰의 사냥 기회가 감소하고, 그 결과 사체 자원의 양도 줄어든다. 공동 저자인 니컬러스 필폴드 샌디에이고동물보전연합 과학자는 “일부 북극 지역에서는 북극곰 개체 수가 줄어들면서 매년 약 300톤의 사체 자원이 사라지고 있다”며 “해빙이 줄면 청소동물들이 더 이상 북극곰이 남긴 먹이원에 접근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에너지 공급이 줄고, 북극여우와 조류 등 상위 생물들의 생존률이 낮아지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해빙이 줄어들면서 북극곰의 사냥 기회가 감소하고, 이로 인해 생태계로 전달되는 사체 자원도 크게 줄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북극곰 개체 수 감소로 매년 약 300톤의 사체가 사라졌으며, 그 결과 북극여우와 조류 등 청소동물의 생존률이 낮아지는 등 에너지 순환 약화가 관찰되고 있다.

연구진은 북극곰이 감소하면 단순히 한 종의 손실에 그치지 않고, 해양과 육상 생태계 전반의 영양 흐름이 약화된다고 지적했다. 북극의 사체 자원은 혹한기 생물들의 에너지 비축원으로 기능하며, 먹이망 안정성과 개체 다양성 유지에 필수적이다. 따라서 북극곰의 보전은 포식자 보호를 넘어 북극 생태계 전체의 에너지 순환을 유지하는 근본 조건이다.

이번 연구는 북극곰이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포식자일 뿐 아니라, 해양의 에너지를 해빙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조절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보여줬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조 논문: Predators and scavengers: Polar bears as marine carrion providers, Oikos (2025). DOI: 10.1002/oik.11628

자료: Oikos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댓글 남기기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