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슨, 가전제품 만들다가 딸기 농사 짓는다···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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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진공청소기와 날개 없는 선풍기로 유명한 영국의 기술기업 다이슨(Dyson)이 이제 딸기 기르기에 나섰다. 가전의 대명사로 알려진 다이슨이 농업에 발을 들였다는 건 얼핏 낯설지만, 이 회사가 일관되게 추구해온 핵심 가치를 떠올리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다이슨은 처음부터 ‘기술로 일상의 불편함을 줄인다’는 목표 아래, 효율성과 자동화를 제품 곳곳에 구현해 왔다. 그리고 지금, 그 철학은 ‘수직 농장’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확장되고 있다.

생산성, 지속가능성, 자원 효율의 집약 모델

잉글랜드 링컨셔에 위치한 26에이커(약 32,000평) 규모의 유리온실에는 약 122만 주의 딸기 식물이 촘촘히 배치돼 있다. 공간의 중심에는 길이 24m, 높이 5m 크기의 회전식 프레임이 설치돼 있으며, 각 구조물은 500kg가 넘는 무게로 천천히 회전하며 식물에 균일한 햇빛을 공급한다. UV광선을 발산하는 로봇은 곰팡이 번식을 억제하고, 다른 로봇은 이로운 곤충을 식물에 뿌려 해충을 방제한다. 수확은 16개의 로봇 팔이 정밀하게 수행하며, 이 시스템 하나로 한 달에 약 20만 개의 딸기를 수확할 수 있다.

다이슨 딸기농장(Dyson Farming Glasshouse) 전경 – 자동화 유리온실과 에너지 순환 설비
26에이커 규모의 대형 유리온실과 바이오가스 기반 열병합발전 시스템이 결합된 구조. 내부 재배, 에너지 생산, 폐기물 순환까지 한 곳에서 이뤄지는 통합 농업 인프라다. [사진=dyson]

다이슨 딸기농장(Dyson Farming Glasshouse)의 정밀 광원 시스템 – 식물 생장 맞춤형 조도 제어
LED 광원이 식물 생장 주기에 맞춰 자동으로 조절된다. 자연광 부족 시에도 최적의 생장 환경을 구현해, 계절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수확이 가능하다. [사진=dyson]

다이슨 창립자 제임스 다이슨은 농업을 또 하나의 ‘제조 공정’으로 보고 있다. 생산성을 높이고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술을 농업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유리온실은 가능한 한 자연광에 의존하고, 부족할 경우 최소한의 인공광만을 보완한다. 난방은 곡물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가스 열병합발전기를 사용해 자립적으로 운영된다. 부산물은 다시 비료로 쓰이고, 지붕에서 수집한 빗물은 관수에 활용된다. 모든 과정은 에너지 순환과 자원 절약을 고려해 설계됐다.

사람 손이 거의 개입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병해충 방제부터 수확까지 자동화된 시스템이 전 과정을 처리한다. 유통은 최소화된다. 수확된 딸기는 영국 내 유통망을 통해 마크스앤스펜서(M&S)와 현지 농산물 직매장 등으로 바로 공급된다. 수입에 의존하던 겨울철 딸기를 현지 생산으로 대체함으로써, 운송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다.

다이슨 딸기농장(Dyson Farming Glasshouse) 전경 – 자동화 유리온실과 에너지 순환 설비
26에이커 규모의 대형 유리온실과 바이오가스 기반 열병합발전 시스템이 결합된 구조. 내부 재배, 에너지 생산, 폐기물 순환까지 한 곳에서 이뤄지는 통합 농업 인프라다. [사진=dyson]

다이슨 딸기농장(Dyson Farming Glasshouse)의 회전식 수직농장 – 공간 활용과 채광 효율을 극대화
수천 개의 딸기 식물이 수직 프레임에 촘촘히 배치돼 회전하며 자란다. 모든 식물에 햇빛이 균등하게 닿도록 설계된 구조로, 공간당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사진=dyson]

지속가능성과 확장성, 다이슨 농업 전략의 핵심

수직농장은 다이슨이 축적해온 자동화, 센서 제어, 에너지 효율 기술을 농업에 적용한 실증 무대다. 연간 약 1,250톤의 생산량은 기술 중심 농업이 현실적인 생산성과 경제성을 갖출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회사는 향후 다양한 작물로의 확대와 해외 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제임스 다이슨은 “정밀하고 효율적인 농업 시스템이야말로 식량 안보와 환경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해답”이라고 말한다. 현재 영국 내에서 운영 중인 이 시스템은 모듈형 구조로 설계돼, 필요에 따라 규모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

다이슨의 농업 진출은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라, 자사가 일관되게 추구해온 기술 중심의 문제 해결 철학을 새로운 분야에 적용하는 전략적 전개다. 제조업에서 축적한 자동화·에너지·제어 기술을 식량 생산에 이식함으로써, 다이슨은 ‘삶의 기반을 기술로 재구성하는 기업’으로 방향을 확장하고 있다. 농업은 그 출발점이며, 이 딸기농장은 다이슨이 그리고 있는 미래 구조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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